18일 서울 반포동 VIP자산운용 사무실에서 만난 최 대표는 “K화장품 산업은 올림픽 양궁과 비슷하다”며 “전국체전에서 우승하면 전 세계 1등이 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뷰티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한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선 끝없는 혁신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주가가 급등한 펌텍코리아 등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브라질이 축구에 강한 것처럼 지리적, 문화적 여건을 감안할 때 국가마다 경쟁 우위인 산업이 있다는 게 최 대표의 지론이다. ‘K방위산업’도 그가 꽂힌 분야다. 최 대표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 공군과 해군 전력에 집중하면서 육상전력 투자가 상대적으로 소홀해졌다”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에 부합하면서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자주포 미사일 등 한국산 무기가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VIP자산운용은 최근 소총을 개발·생산하는 SNT모티브의 지분율을 5.16%까지 늘려 3대 주주로 올라섰다.
최 대표가 요즘 눈여겨보는 새로운 ‘K시리즈’는 빵과 과자다. 그는 “SPC 파리바게뜨가 빵을 개발하고 일관된 맛을 유지하면서 공급까지 하는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처럼 파리바게뜨의 빵, 오리온의 과자도 SNS를 타고 세계적인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이 국내 주식시장의 중장기 테마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국내 주식 투자자가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 가치를 높여 국내 주식시장의 평가가치를 높이려는 흐름은 되돌리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된 두산그룹 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최 대표는 “사실상 주주들의 권리를 약탈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 같은 일이 반복되니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나 미국으로 가고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VIP자산운용은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지난해 아세아시멘트, HL홀딩스의 중장기 주주환원책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최 대표는 “기업에 우호적인 행동주의로 회사 경영진과 주주 모두가 ‘윈윈’할 건설적인 제언을 할 것”이라며 “건전한 정책 제안뿐 아니라 과도한 급여, 터널링(일감 몰아주기) 등 경영진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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