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정책, 효과 따질 것…인구구조 변화 대응할 국가전략 준비"

입력 2024-08-18 18:07   수정 2024-08-26 15:56


“10~20년 뒤 한국의 인구 구조 변화는 불가피합니다. 합계출산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야 하지만, 인구 감소와 노년층 비중 증가라는 새로운 상황에 맞춰 새 국가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유혜미 초대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은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인구 구조 변화를 오히려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한 때”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인구전략기획부 출범을 계기로 관련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며 고령자를 상대로 한 다양한 서비스산업을 새 수출 동력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출생 대응 정책에 대해선 “제도는 이미 웬만한 선진국 수준에 가깝다”며 “갖춰진 제도가 현장에서 잘 실행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월 조사 결과 한국인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자녀 수는 1.8명인데 실제 출생률은 0.7명으로 간극이 매우 크다”며 “정책을 통해 환경이 개선되면 출생률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초대 저출생수석으로서 최우선 과제는 무엇입니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각종 저출생 관련 대책이 발표됐습니다. 이들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잘 점검해야 합니다. 또 인구부 출범을 잘 준비해야 합니다.”

▷인구부가 유명무실한 부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현재 저출생 대응 업무는 여러 부처에 쪼개져 있습니다. 인구부는 이를 총괄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인구부는 저출생 관련 예산을 사전 심의하는 권한이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기존 저출생 대책을 평가해 효과가 큰 대책을 중심으로 재정을 재배분하는 역할도 맡습니다. 예산안을 편성하는 기획재정부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인구부의 심의안을 수용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충분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인구부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과 차이가 있습니다.

“저출생 관련 제도는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 및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마련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입니다. 오히려 일부 비효율적인 정책은 정리할 때입니다.”

▷어떤 정책이 정리 대상입니까.

“지금까지 저출생 대책은 주로 출산 및 양육에 직접 비용을 지원하는 것에 집중됐습니다. 하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현금성 지원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재정 부담은 매우 큽니다. 현금성 지원을 제대로 평가해 효과가 큰 정책을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조정을 통해 생겨난 재원은 효과가 큰 정책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것입니다.”

▷막상 정리에 들어가면 저항이 클 것 같습니다.

“기본적인 원칙은 앞으로 현금성 지원 정책을 확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기존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는지, 관련 인식이 개선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입니다. 일·가정 양립 문화에 적극적인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추진하겠습니다.”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여전한데요.

“정부가 생각하는 저출생 대응 정책의 원칙은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 지속 가능한가 두 가지입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현실화하면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정책은 감당할 수 없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존 정책을 정리할 때도, 새로운 정책을 발굴할 때도 이 두 원칙을 기반으로 결정할 것입니다.”

▷기업 인센티브는 어떤 식으로 제공합니까.

“현재도 부처별로 ‘가족친화인증기업’ 등에 근로감독 면제와 대출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구부가 신설되면 이런 정책을 통합하고 기준도 통일할 것입니다. 추가 인센티브도 제공하겠습니다. 다른 부처와 협의해 세제 지원 등도 검토하겠습니다.”

▷수도권 과밀 등 구조적 문제 해결도 필요해 보입니다.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 수도권 과밀이 생기고, 그 결과 이 지역 집값은 치솟고 사교육 경쟁도 치열해집니다. 이런 부담이 결국 출산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인구부와 저출생수석실은 앞으로 다른 정부 부처가 준비하는 수도권 과밀 해소 정책에도 적극 의견을 낼 계획입니다.”

▷수도권 과밀을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지방에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옮겨갔는데, 근본적으로 민간 일자리가 많아야 합니다. 정부가 이를 강제할 수 없기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기업을 유치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합니다. 미국의 각 주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서로 경쟁하듯이 말입니다. 세제 혜택이나 보조금 지급 등을 과감하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예산권이 보장돼야 합니다. 아울러 예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동산 정책도 저출생과 연결됩니다.

“신혼부부 등의 주거 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은 지난 6월 대책에 대거 포함돼 있습니다. 다만 이런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 효과가 없습니다. 마침 정부는 최근 공급 확대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두 대책이 서로 맞물려 신혼부부나 자녀를 둔 부부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임기 내에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치가 있습니까.

“윤석열 대통령은 2030년 출산율 1.0명을 목표로 제시했습니다. 임기 내에 출산율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발표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책이 국민 인식을 바꿔 결혼 안 하려던 사람이 결혼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여기에 출산을 하려면 일반적으로 2년의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저출생 정책은 정부 임기 이후까지 내다보고 추진해야 합니다.”

▷저출생 대응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심은 어느 정도입니까.

“윤 대통령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면 노벨상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어려운지 잘 이해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럼에도 출산율 반전을 위해, 또 인구 구조 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필리핀 출신 가사관리사 입국을 계기로 외국인 육아 도우미에 대한 최저임금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최저임금 제도 때문에 가사관리사를 이용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가사관리사에 대한 사적계약 허용 등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약력

△1977년 서울 출생
△2000년 서울대 경제학부 졸업(최우등)
△2009년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석·박사
△2009~2017년 미국 뉴욕주립대 경제학과 조교수
△2017~2021년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부교수
△2021년~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2024년~ 대통령비서실 저출생대응수석


정리=도병욱/양길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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