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국민가전' 된 LG전자…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

입력 2024-08-18 17:56   수정 2024-08-26 16:00

LG전자가 올 상반기 인도에서 반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을 냈다. ‘14억 인구 대국’ 인도의 성장성을 일찌감치 내다보고 30년 넘게 현지화에 공들인 결과다. 인도는 지난해 주요 경제대국 중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8.2%)을 달성한 ‘뜨는 시장’이다. LG전자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는 물론 B2B(기업 간 거래) 사업도 확대한 뒤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해 ‘인도 국민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에어컨·OLED TV 등 1위
18일 LG전자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법인은 올 상반기 매출 2조869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 인도법인의 반기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년 동기 1조8151억원보다 14% 증가했다. 3년여 전인 2020년 연간 매출(2조2228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일등공신은 TV, 에어컨 등 가전 부문이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에어컨(점유율 31%)과 OLED TV(64.2%)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덩치만 키운 게 아니었다. 올 상반기 순이익(1982억원)도 작년(1553억원)보다 27% 늘었다. 이 역시 역대 최대다. LG전자 관계자는 “인도에서 ‘LG=프리미엄 제품’ ‘LG=믿을 만한 브랜드’란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인도법인 매출과 순이익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인도 시장을 잡은 배경에는 현지화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법인 설립 후 연구개발(R&D)부터 생산, 판매에 이르는 일관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도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현지에 R&D센터를 세운 데 이어 노이다와 뉴델리에 생산법인도 세웠다. 제품 구매부터 배송 설치, 수리까지 다 맡는 애프터서비스(AS) 시스템도 갖췄다.

인도를 글로벌 생산 허브로 키우는 작업은 현재진행형이다. 작년에는 푸네 공장에 300억원을 투입해 냉장고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IPO 작업 탄력받을 듯
LG전자의 또 다른 성장 동력은 B2B 사업이다. 시스템에어컨과 전자칠판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어서다. 작년 말 조직개편 때 B2B인도사업실을 B2B인도사업담당으로 격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들어 첸나이 지역에 B2B 영업 거점인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신설해 기존 노이다 뭄바이 벵갈루루와 함께 네 곳으로 늘렸다. BIC는 병원 학교 사무실 등에 특화된 제품을 고객에게 보여주는 쇼룸이자 컨설팅 장소로 쓰인다. LG는 2030년 B2B 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LG가 인도에 공을 들이는 건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인데도 가전제품 보급률이 낮아서다. 사실상 포화상태에 빠진 중국과 달리 인도의 지난해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보급률은 각각 38%, 17%, 8%에 그쳤다. 핵가족화와 일하는 여성 증가로 식기세척기 등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신(新)가전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성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KOTRA에 따르면 2018년 110억달러이던 인도 가전시장은 내년에 210억달러로 두 배로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선 LG전자의 인도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시점도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전자는 현재 인도법인 IPO 시점과 조달금액 등을 놓고 금융권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인도법인 IPO에 성공하면 최소 5억달러(약 7000억원) 이상을 조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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