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따르면 운전자의 급발진 주장으로 인한 국과수의 교통사고 정밀 감정 건수가 2021년 56건, 2022년 76건, 2023년 118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에만 58건의 급발진 의심 사고를 감정했다.
시청역 사고 이틀 만인 지난달 3일 발생한 국립중앙의료원 차량 돌진 사고와 이후 다시 사흘 뒤 발생한 이촌동 택시 4중추돌 사고, 이달 15일 성북구에서 승용차 건물 외벽 돌진 사고에서도 운전자들은 “차량 급발진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1999년부터 급발진 의심 사고에 따른 차량 결함 조사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경찰이 해당 차량을 전국에 다섯 곳 있는 국과수 조사소에 보내면 국과수는 첨단 장비를 통해 제동장치를 감식하고, 사고기록장치(EDR)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국과수 교통 전문가와 법공학자들이 결함 여부를 결론 내기까지 통상 30~60일 걸린다.
그러나 차량 결함으로 결론 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은 “과학적으로 급발진으로 볼 만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며 “‘급발진 사고’ 대신 ‘급발진 주장 사고’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조사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 급발진이 아닌 게 밝혀져도 운전자 손해는 없다 보니 일단 주장부터 하는 분위기가 생겼다”며 “급발진 사고는 국과수 정밀 감식까지 기다려야 해 수사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과수도 최근 늘어난 감식 의뢰로 인력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급발진 사고’ 대신 ‘페달 오조작 사고’란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의심 사고를) 과학적으로 조사하면 운전자 실수가 대부분”이라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차량에 페달 오조작 급발진 억제 장치를 의무화해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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