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열린 전기차 안전 관계부처 회의에서 차주의 BMS 정보 제공 동의를 필수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국토교통부가 규정을 마련하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연구개발(R&D)을 지원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위치 정보 등 사생활 관련 개인정보는 제공 대상에서 철저히 제외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테슬라와 같이 차주가 처음 차를 인도받을 때 BMS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차량이 작동하지 않는 방식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을 때 필수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할 수 없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이뿐만 아니라 사고가 난 EV6 차량의 배터리와 전기자동차 충전기는 화재 이후에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충전이 화재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접근법 변화를 환영했다. 이백행 한국자동차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충전 방지 기능도 BMS 기술의 일부”라며 “과충전을 막기보다 BMS를 고도화해 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대응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최근 출시된 전기차들이 필요한 만큼 충전되면 스스로 전기 공급을 막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과충전 방지보다 BMS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자동차업계와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중 화재사고를 조사한 결과 충전기는 꽂혀 있었지만 충전이 완료돼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인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대책으로 내놓은 ‘90% 이상 충전 금지’가 전문가들과 여론의 비판을 받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의 원인을 과충전보다 배터리의 미세한 손상이 장기 누적된 데서 찾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언덕과 과속방지턱이 많은 한국 도로 특성상 전기차 배터리에 가해지는 미세한 충격의 빈도가 높다는 분석이 있다”며 “미세 결절 등이 누적되면서 장기적으로 배터리의 안전성을 떨어뜨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15일 배터리 이상 현상을 감지하면 이를 차주와 제조사에 즉시 통보하는 BMS 기술을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신형 전기차에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차주의 정보 제공 동의가 없으면 차량에 최신 기술을 적용하더라도 제조사가 정보에 접근할 수 없어 대처에 한계가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위치정보 등 사생활과 관련한 데이터는 동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수집하는 정보의 범위를 늘리고 정확도를 높이는 BMS 기능 강화도 대책에 포함된다. 현재 BMS는 배터리의 전압, 전류, 온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수집하지만 배터리의 상태 변화를 미리 감지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면 더 이른 시점에 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원은 “경고 시점을 사고 발생 10~20분 전에서 1~2일 전으로 당길 수 있고, 대처 안내 역시 ‘즉시 운행 중단’ ‘정비소 점검’ 등 단계별로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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