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정확한 명칭은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입니다.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을 살펴보면 정부의 시장 인식 자체가 잘못됐다는 점을 확인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공급 대책을 발표하는 정부 태도도 아쉽지만, 투기수요를 차단하고 투기 거래근절과 시장교란 행위 단속을 위한 점검반을 가동하겠다는 내용에서는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현재 주택시장이 투기수요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인식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공론입니다. 취득세가 높고 종부세가 멈춰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용감하게 다주택자가 되려고 하겠습니까. 올해는 상담하면서도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다주택자가 되겠다는 사람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 가격이 오르는 지역은 서울의 주거 선호 지역과 경기도의 일부로, 대부분 강한 규제로 묶인 곳입니다. 주택을 거래하려면 구청장 허가까지 받아야 하는 지역에 투기 세력이 만연할 수 있는지 정부에 되묻고 싶습니다. 더군다나 출범 직후부터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시장교란 행위에 대응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며 점검반을 운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하더라도 시장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8일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 가격은 일주일 전과 비교해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서울은 주간 단위로 0.32% 올랐으며 성동구는 무려 0.63%의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서울의 25개 구 중에서 지난주(8월5일) 대비 가격이 하락한 곳은 은평구와 서대문구를 제외하고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기 시장이 과열됐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서울 아파트의 가격은 연간 5% 내외에서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를 크게 넘어야 주택시장이 과열됐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의하면 8월 둘째 주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누적으로 2.39% 올랐습니다. 2024년이 4개월 남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주택시장은 정상적인 상황입니다. 그나마도 전국 집값은 0.32% 내린 상태입니다.
주택시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없으면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만약 시장이 향후 과열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을 겁니다. 현재까지 발표된 부동산 대책을 보면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꺼냈던 대책의 재탕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현재 시장 상황에 맞춘 윤석열 정부만의 주택정책과 색깔이 하루빨리 나왔으면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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