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이 중원에 깜짝 놀라는 까닭

입력 2024-08-19 16:08   수정 2024-08-19 16:09

“중원을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중원 지역을 높이 평가했다. 대륙의 중심지로 사통팔달했기 때문이다. 중원은 요즘의 중국 허난성 일대다. 그 중심엔 정저우(州)라는 성도가 있다. 서기 200년 삼국지 관도대전의 무대였던 정저우는 지금 1300만 인구를 가진 초대형 도시가 됐다.

지난해 정저우 도시 국내총생산(GDP)은 약 1900억 달러(약258조2300억원)에 달했다. 헝가리 국가 전체 규모와 얼마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다. 최근엔 정저우 경제가 더욱 뜨겁다. 중국에는 지역내 총생산 1조 위안을 넘는 슈퍼 도시가 26곳이 있는데, 이들 중 정저우가 지난해 경제성장률 7.4%를 달성하며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올 1분기에도 정저우는 6.2% 경제성장률 성적표를 받고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필자는 정저우에 한 달 전 왔다. 거리엔 활력이 넘치고 사람들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중국에선 많은 이들이 요즘 같은 시대에 정저우 경제 고속 성장 비법을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정저우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로 답한다.

첫째, 핵심 산업의 발전이다. 그간 정저우가 전통산업을 넘어 미래 산업에 투자한 결과다. 지금 정저우는 친환경 자동차, 기계 장비, 전기·전자 등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의 제조 생산기지다. 일례로 전 세계 스마트폰의 15%, 버스의 12%가량이 이곳에서 생산된다. 터널 굴착 핵심 장비 생산량도 정저우가 세계 1위다.

특히 신에너지 자동차 산업은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이차전지 등 관련 선두 기업들이 이곳으로 모여들고 있다. 중국 전기차 1위 BYD도 연간 10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정저우에 짓고 있다. 지난해 정저우 신에너지 자동차 생산량은 31만대로 전년 대비 무려 351%나 증가했다.

둘째, 교통의 요충지로의 탈바꿈이다. 중국인들은 ‘부자가 되려면 먼저 길을 만들어라’라는 말을 한다. 길을 만들면 사람이 모이고 물건이 지나가고 돈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정저우는 이를 완벽하게 구현한 도시로 평가받는다. 매년 인구가 늘어나며, 상품들이 모이는 국제 물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내륙도시 정저우의 항공 화물물동량은 중국 내 6위다. 정저우 공항은 세계 200여개 도시와 연결된다. 유럽국제화물철도는 130개 도시에서 정저우로 상품을 실어 나른다. 물류 중심지답게 전자상거래 플랫폼도 중국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된다. 세계 곳곳에서 모인 상품은 관세와 통관 혜택을 받아 중국 각지로 배송되고 있다.

셋째,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정저우 고속성장의 배후엔 1억명에 달하는 허난성 인구가 있다. 허난성에만 인구 500만 이상 도시가 10곳이 된다. 이 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저우 1인당 GDP는 1만달러 중반대다. 수입품에 가장 관심이 높을 때다. 이곳에서 한국 상품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정저우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다. 중국 현지에선 ‘중원 경제의 반격’이라고 표현한다. 성장 속도는 빠르지만, 상하이 등 연해 도시에 비해 아직은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시장 틈새를 파고들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지금 이곳엔 사람, 상품 그리고 기업들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 기업도 틈새를 찾아 시장을 선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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