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경영학계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정주영 선대 회장, 정몽구 명예회장이 구축한 기반을 고도화시켜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혁신적 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양궁인들과 사려 깊고 진정성 있는 소통으로 신뢰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에 대한양궁협회 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올해로 20년째 단체를 이끌고 있다. 모빌리티 업계에서도 이미 경영 능력을 검증받은 정 회장은 기업 경영을 양궁에 접목해 △오랜 기간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 달성 △대중적 신뢰와 폭넓은 지지 획득 △안정적이고 투명한 양궁협회 운영 등으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성과로 대한양궁협회는 다른 체육 협회와 늘 비교 대상이 되며 인정받고 있다.
경영학계가 주목하는 정 회장의 리더십은 대담성·혁신성·포용성 등 세 가지다. 우선 그는 공정한 선발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투명한 운영 원칙을 계승·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양궁의 중장기 발전'이라는 비전을 수립하고 위험 요소를 감내하며 단기적 성과를 넘어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담대한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초기 양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공정한 경쟁과 탄탄한 실력을 기반으로 스포츠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한양궁협회는 지연·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 없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그는 선수 육성 체계도 강화했다. 인재를 찾기 위해 2013년 초등부인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해 장비·훈련을 지원했다. 이를 통해 '유소년대표(초)-청소년대표(U16)-후보선수(U19)-대표상비군(U21)-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화했다.
그다음으로는 정 회장의 '혁신의 리더십'이 주목받는다. 글로벌 스포츠 환경 변화에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인 전략을 통해 빠르게 대응한 것이 한국 양궁을 세계 최고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 회장은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연구개발(R&D) 기술을 선수들 훈련과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 R&D 기술을 적용하면, 경기 외적인 변수를 없앨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대한양궁협회 회장사인 현대차그룹은 즉시 현대차·기아 연구개발센터를 주축으로 양궁협회와 함께 기술 지원방안을 협의했다. 가장 앞서 있던 실리콘밸리의 신기술들을 도입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올림픽에 기술 지원했고 '전 종목 금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또 실전에서 겪을 다양한 상황을 사전에 파악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과 훈련법을 도입해 대비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먼저 남다르고 집요하게 다음을 준비하자는 것이다. 정 회장이 지금도 강조하는 '미리미리' 정신이 반영된 결과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변화와 체질 개선'을 강보하면서 '미리미리' 준비하는 조직 문화 혁신으로 미래 불확실성을 기회로 삼자고 회사 구성원들에게 주문한 바 있다.
더불어 '포용성' 또한 주목받는 정 회장의 리더십이다. 선수를 비롯한 양궁인들과의 사려 깊고 진정성 있는 소통을 통해 조직 내 소속감 형성과 신뢰 구축했다는 것이다.
2024 파리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양궁 선수들은 한결같이 정 회장을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임시현 선수는 "정 회장님이 많은 지원을 해 주셔서 보다 좋은 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우진 선수는 "정 회장님이 머리는 비우고 시합은 즐기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즐겼다"며 일화를 밝혔다.
장영술 대한양궁협회 부회장은 "꼼꼼한 정 회장 특유의 리더십에 여러 번 감동했다"며 "정 회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내가 업혀 간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양궁협회와 국가대표 선수단이 정 회장의 꼼꼼한 준비와 정성 덕분에 성적을 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양궁에도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 회장은 주요 국제 대회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직접 응원하고 격려한다. 2005년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주요한 국제대회는 모두 참석했다. 말이 아니라 실천적 리더십으로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또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세심한 부분까지 구성원 개개인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걸로도 유명하다. 정 회장은 평소에도 종종 선수들과 만나 격의 없이 식사를 함께하며 소통하고,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PC, 마사지건, 카메라, 책 등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전해졌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양궁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양궁인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지난해 한국 양궁 60주년을 맞이했을 때 정 회장은 "운동장의 빛이 안 드는 곳에 계신 분까지 모두 챙기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양궁협회는 경기, 지도, 행정, 양궁 저변확대 등 다양한 부문에서 기여를 한 분들을 찾아 '한국 양궁 60주년 기념행사'에서 공로패와 감사패를 수여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한국 양궁의 발전이라는 협회장의 명확한 비전에 대한 공감대와 현장과 협회 간 역할의 균형을 통해 구축된 신뢰를 바탕으로 파리대회 전 종목 석권이라는 성과를 끌어냈다"며 "협회도 정 회장의 진심, 철학, 원칙들이 왜곡 없이 온전히 현장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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