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36주째에 낙태한 경험담을 전한 유튜브 영상이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낙태 수술을 집도한 70대 병원장이 해당 태아를 화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36주 낙태 유튜브 영상을 올린 20대 여성에게 수술을 해준 수도권 병원의 A병원장이 태아 시신을 화장하고 화장 업체로부터 확인서도 발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신 4개월 이후 사망한 태아는 시신으로 규정해 반드시 매장, 화장 등 장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사산아 부모의 인적사항(성명, 연령, 직업, 주소 등) △사산의 종류(자연 사산, 인공 임신중지 등) △사산 원인 등을 사산증명서에 기재해 화장 업체에 제출해야 한다.
A병원장은 앞서 '살인'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뒤 "산모로부터 아이를 꺼냈을 때 이미 사산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압수수색 등으로 확보한 의료기록에도 사산으로 기재돼 있다.
A병원장이 화장 업체에 제출한 서류 내용이 허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태아의 사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하나 더 추가된 셈이다.
이번 사건은 앞서 지난 6월 유튜브에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36주 태아 낙태 브이로그'라는 제목으로 퍼져나가며 시작됐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영상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12일 수술한 의사와 산모를 살인 등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지난달 15일 경찰은 사건을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배당하고 이튿날 복지부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정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유튜브 영상 자체 분석과 관계 기관 협조로 유튜버를 특정하고 병원을 확인했다. 지난달 말에 압수수색을 거쳐 해당 유튜버와 병원장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그러나 경찰이 20대 여성과 병원장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울 전망이다. 형법 250조는 살인죄를 '사람을 살해하는 것'으로 규정하며, 판례상 '분만이 시작된 시점'부터 태아를 사람으로 간주한다.
살인죄를 규명하려면, 산모의 몸에서 태아를 꺼냈을 당시 살아있는 아이를 의료진이 사망하게 했는지 여부가 증명돼야 한다. 앞서 2019년 34주 태아를 낙태 수술하던 중 산모 몸 밖으로 나오자 물에 넣어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 전문의의 경우 살인죄로 징역 3년 6개월 확정판결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엔 시술에 참여했던 간호조무사 등으로부터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일관됐던 점이 유죄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A병원 내부엔 수술 당시를 확인할 만한 폐쇄회로(CC)TV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의료기록 분석과 해당 수술에 참여한 병원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방침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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