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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저가항공사 업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단일 좌석 요금에 좌석 선택권, 위탁 수하물, 생수 제공 여부 등이 포함된 묶음 상품을 추가함으로써 저가항공사 지위를 잃지 않으면서도 프리미엄 경험까지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저가항공사 스피릿 항공과 프런티어 항공은 최근 위탁 수하물, 주류 제공, 우선 탑승권 등의 편의 서비스가 포함된 묶음 상품을 선보였다.
프런티어 항공 승객은 로스앤젤레스-덴버 직항편 이용 시 위탁 수하물, 넓은 좌석 등이 포함된 ‘비즈니스 번들’을 99달러에 추가로 구입할 수 있다. 스피릿 항공은 이달부터 넓은 좌석, 기내 와이파이, 음료 등을 포함한 ‘고 빅 번들’을 판매 중이다.
프런티어 항공은 대형 항공사의 넓은 좌석을 구매하기에는 예산상 제약이 있는 고객들을 겨냥해 ‘소위 가난한 사람들의 일등석’도 제공한다. ‘엘리트 다이아몬드 등급’ 고객들에게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 더 넉넉한 좌석을 배정한다. WSJ은 “이들 경영진은 저가 항공사에서도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에 승객을 수송한다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뒀던 저가 항공업계는 대형 항공사들과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서비스 다변화에 나섰다. 엔데믹 이후 국내선 항공편이 증가했고, 대형 항공사들이 이코노미 좌석 가격을 매력적인 수준으로 설정하면서 시장 경쟁은 치열해졌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인건비, 연료비 상승에도 좌석 가격을 인상하는 데에는 제약이 있다. WSJ은 “유나이티드, 델타, 아메리칸 항공 등은 프리미엄 좌석을 마련했기 때문에, 일부 좌석은 저가 항공사 좌석과도 경쟁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대형 항공사와 저가 항공사의 실적 및 주가 격차는 확대됐다. NYSE 아카 항공 지수가 올해 들어 이달 16일까지 24.1% 하락하는 동안 스피릿 항공은 82.94%, 프런티어 항공의 주가는 36.16% 급락했다.
저가 항공사의 번들 상품은 경쟁적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시도로 분석된다. 우즈마 칸 마이애미 대학교 마케팅 교수는 “번들 상품은 고객들이 서비스 이용 때마다 요금을 내야 하는 ‘결제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저가 항공사가 구축해온 이미지가 한 번에 바뀌진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아메리칸 항공 임원 출신의 롭 브리튼은 “저가 항공사가 프리미엄 여행객을 유치하려는 것은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라고 WSJ에 밝혔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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