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두려운 병'이라는데…"엄마 기억나?" 묻지 마세요 [건강!톡]

입력 2024-08-20 06:45   수정 2024-08-20 08:38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대한민국 치매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년층 10명당 1명은 치매 환자라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2023년 기준 98만 명이던 치매 추정 환자는 2050년 314만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최근 중앙치매센터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60세 이상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으로 암을 제치고 치매가 1위로 꼽혔다. 행복했던 추억, 사랑하는 가족은 물론이고 자기 자신조차 잊게 되는 치매는 조기 발견해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치매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생활 속 치매 예방법을 알아보자.

치매 환자를 마주하면 우리가 알던 사람과 달라 보여서 당황할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치매 환자를 대해야 할까?

① 치매 환자에게 걸맞은 역할을 부여하라

치매를 진단받은 후에 실수가 늘었다고 해서 혹은 안전상의 이유로 일을 그만두게 하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치매 환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치매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능력을 가능한 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오랜 세월 익숙해진 일은 머리뿐만 아니라 신체도 잘 기억하고 있다. 치매 진행을 늦추고 치매 환자의 신체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절한 역할을 부여하고 일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좋다. 집에서도 걸레 빨기, 빨래 개기 등의 간단한 집안일을 하면서 신체적 기능을 유지하고 성취감도 느끼게 하면 좋다.

② 직접적인 거절이나 부정을 피해라

치매 환자와 대화할 때 피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첫마디부터 부정적인 대답을 하는 것이다. 때로는 치매 환자의 요구나 주장이 말이 안 될지라도, 일단 ‘맞아요.’, ‘알겠어요.’라고 수용하여 진정시킨 후 설명하는 게 효과적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한 논쟁을 하지 말고 치매 환자를 지적하거나 무시하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③ 기억나는지 묻거나 시험하지 마라

치매 환자가 주변 사람들을 계속 기억했으면 하는 마음에 만날 때마다 사진을 보여 주며 "이 사람 누군지 알아? 기억나?”라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치매 환자는 대답을 회피하거나 못 들은 척할 수 있다. 치매 환자도 자신이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곤란해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누구인지 아느냐" 혹은 "기억해 보라"는 요청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또한 환자가 모르는 것 같으면 질문하는 대신 정확하게 알려 주자.

④ 집에서만 지내도록 하지 마라

시간이나 여건상 돌봄의 한계 때문에, 때로는 이웃 사람들에게 민망하거나 폐가 될까 봐 치매 환자가 집에서만 지내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 일하고 이웃과 교류하는 치매 노인들의 진행률이 느린 만큼 사회적인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님이 치매 증상이 있더라도, 주간보호센터나 다른 사회적 모임에 꾸준히 참여하게 도와주는 게 좋다.

⑤ 부모님의 생활 습관을 바꾸려 하거나 강요하지 마라

자녀들은 부모님을 걱정하는 마음에 건강한 식습관이나 금주, 금연을 강요하기도 한다. 부모님을 위해 좋은 생활 습관을 권유하는 것은 좋지만, 평생 살아온 방식을 바꾸도록 하는 것은 부모님에게 스트레스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활동이라면 적당한 범위 내에서 허용해 주는 것이 좋다.

⑥ 치매 환자의 신체 건강도 챙겨라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 갈증이나 포만감을 잘 인식하지 못해 체중의 변화나 변비 등의 문제가 생기기 쉽다. 식단표를 만들어 식사했음을 알려 주고, 그래도 음식을 먹으려 하면 간단한 간식을 드리는 것이 좋다. 변비 예방을 위해 치매 환자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치매가 심해지면 본인의 증상을 적절히 설명하기가 어렵고 병원에 가더라도 검사에 협조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므로 치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기타 신체적인 질병이나 증상에 대한 검진을 받고 미리 치료해 두는 것이 좋다.

⑦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라

때로는 아이가 되어 버린 듯한 부모님을 보며 아이 달래듯이 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들이 치매에 걸린 부모님을 어린아이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가족들은 애정 표현처럼 편하게 대하는 것일지라도 치매 환자로서는 자존심을 다칠 수 있다. 어린아이처럼 모든 일을 대신 해 주려 한다거나 가르치려 하는 것은 치매 환자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힐 수 있고, 특히 치매 증상에 대해서 야단치거나 무시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⑧ 치매를 가족 모두에게 알려라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모두에게 치매를 알리고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치매 환자의 상태를 잘 모르면 가족 간에 의심하거나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러니 가족 간에 치매 환자의 증상이나 행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⑨ 낮은 톤의 목소리와 손짓을 활용해라

노인에게서 청력 저하는 매우 흔하게 나타나고 치매 환자의 경우 더욱 그렇다. 높은 톤보다는 낮은 톤으로 천천히 이야기하고, 손짓이나 표정을 활용하여 치매 환자와 의사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금연, 절주,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여러 가지 생활습관 교정과 혈압과 혈당 관리 등이 중요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도 매우 중요하다"며 "지중해식 식단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지중해식 식단은 과일, 채소, 통곡, 빵·감자, 닭고기, 견과류, 올리브 오일, 생선 중심으로 섭취하는 것이다"라며 "저지방 우유를 마시되 적색육은 되도록 적게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부연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김지욱 교수팀은 "중년부터 고강도 걷기 운동하면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지욱 교수는 "중년기에 땀이 나고 호흡이 가빠질 정도의 고강도 걷기 활동한다면 알츠하이머병 인지 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걷기가 알츠하이머병 관련 인지 저하를 예방하는 정확한 기전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걷기를 포함한 신체활동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의 수준을 조절하고 신경가소성을 촉진해 뇌기능의 퇴화를 막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 = 치매에 걸리고서야 사랑한다고 말했다(북스고)
도움말 =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김지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교수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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