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항공유도 태생적 약점이 있다. 바로 환경오염이다. 휘발유보다 탄소배출량이 많은 등유를 주로 쓰는 데다 비행기 한 대당 쓰는 연료량도 어마어마해서다. 서울에서 미국 뉴욕까지 날아가는 데 18만L 정도의 항공유를 사용한다. 그 많은 항공유를 태워 나오는 탄소는 대기에 차곡차곡 쌓인다.
이 때문에 유럽과 미국은 항공유에 친환경 물질을 쓰기 시작했다. 바이오연료나 재생합성연료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배출이 적어 ‘지속가능항공유(SAF)’라고 명명했다. 유럽연합(EU)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항공유에 친환경 물질을 일정 비율 이상 넣도록 의무화했다. 내년에 2%로 시작해 2035년 20%, 2050년 70%로 늘리기로 했다.
미국도 정부와 항공사 등이 힘을 합쳐 SAF를 생산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펄크럼 같은 회사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아 네바다주 사막에서 생활폐기물로 항공유를 생산하고 있다.
한국은 출발이 늦었다. 항공유 수출 세계 1위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SAF에선 후발주자다. 법적으로 석유화학제품에 친환경 물질을 넣을 수 없었던 게 가장 큰 이유다. 뒤늦게 친환경 연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등이 바뀌어 이달 7일부터 시행됐다.
법만 통과됐다고 당장 바뀌는 건 없다. 아직까지 SAF는 기존 항공유보다 에너지 효율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우리 국민이 폐식용유나 목재를 연료로 쓰는 국적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가려면 관련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이나 독일처럼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때를 놓치면 항공유 수출 1위인 한국이 SAF 수입 1위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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