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연금 전문가인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발표를 예고한 연금 개혁안을 두고 벌어진 여야 간 정쟁을 이렇게 평가했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국정 브리핑을 열고 ‘기금 고갈 30년 연장’ ‘보험료율 세대별 차등 인상’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2대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지자 “국회에서의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던 그간의 입장을 바꿔 정부안을 내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연금 개혁 의지는 지지부진한 연금 개혁 논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국회다. 정부가 제시한 개혁 방향 하나하나가 논쟁적인데, 여야는 일단 내용보단 절차를 놓고 다투고 있다. 연금 개혁을 논의할 특별위원회 구성부터가 난관이다.
여당은 연금 개혁을 비롯한 민생 개혁을 논의할 여야정협의체를 가동하고, 여야가 절반씩 참여하는 특위를 구성해 연금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개혁 방안을 발표하면 야당이 과반수 우위를 점하는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각자 명분과 논리가 있지만 본질은 누가 결정권을 갖느냐를 둘러싼 ‘숫자 싸움’이다.
다수의 전문가는 상임위에서 연금 개혁안을 논의하겠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윤 연구위원은 “연금 개혁은 보건복지부가 담당하는 국민연금, 기초연금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퇴직연금 등 기타 노후 보장 수단부터 정년 등 고용 문제, 정부 재정과 국가 부채 문제까지 얽혀 있는 복잡다단한 사안을 단일 상임위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가 논의 형식과 주체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국민연금 보험료율부터 올리는 ‘원포인트’ 개혁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 1%포인트만으로도 합의가 안 되는데 정부안이 나온다고 해서 단박에 합의가 될까”라며 “국회가 정말 연금 개혁에 책임감을 느낀다면 합의할 수 있는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이 그간 표류한 원인을 파고들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며 연금 개혁의 주도권을 국회에 넘긴 정부에 일정 부문 책임이 있다. 하지만 정부안이 없어 개혁을 못 한다는 국회의 변명도 구차하긴 마찬가지다. 후세대를 위한 연금 개혁만큼은 정쟁 대신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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