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짜 계열사도 파는 SK…숨가쁜 '리밸런싱' 완성 단계

입력 2024-08-19 17:47   수정 2024-08-20 02:12

SK가 알짜 계열사 SK스페셜티를 매각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SK스페셜티 모회사이자 그룹 지주사인 SK㈜의 재무 개선이 더 늦어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SK㈜는 수년간 인수합병(M&A)을 지속해 온 영향으로 올 상반기 순차입금이 10조원을 넘겼다. SK스페셜티를 매각해 현금 수조원가량을 한 번에 수혈하면 빠르게 SK㈜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게 SK그룹 속내다. 조 단위 펀드를 보유한 대형 사모펀드(PEF)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자 초기 흥행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1위 특수 가스사에 PEF들 군침

SK스페셜티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태양전지를 제조할 때 필요한 소재인 특수 가스를 생산한다. 전신은 OCI머티리얼즈다. SK㈜가 2015년 OCI가 보유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OCI머티리얼즈 경영권 지분 전량 49%를 4816억원에 사들여 SK머티리얼즈로 사명을 바꾼 뒤 SK하이닉스 등 그룹 계열사 공급량을 늘리며 몸집을 키웠다.

반도체 웨이퍼 내 이물질을 제거하는 데 주로 쓰이는 삼불화질소(NF3)가 주력 품목이다. SK스페셜티는 이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한 압도적 세계 1위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실리콘 음극재를 생산하는 데 투입하는 모노실란(SiH4)도 노르웨이 REC실리콘과 1위를 다투고, 집적회로 제조에 들어가는 육불화텅스텐(WF6)은 연간 2000t을 양산해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SK하이닉스는 물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 대형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회사를 주 고객으로 뒀다. 반도체 제조사들이 200㎜(8인치) 웨이퍼에 견줘 가스가 2.25배 이상 필요한 300㎜(12인치) 웨이퍼를 주력으로 전환하며 수요가 늘었다. 미래 먹거리로 투자해 온 전기차 배터리 음극재용 특수 가스도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진입 장벽이 높아 단번에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재무적투자자(FI)에게 인수 매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산업 가스와 달리 특수 가스는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판매와 생산 시설 모두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협상 초기 단계지만 예상 매각가는 수조원으로 거론된다. 다만 거래 규모가 커 협상에 따라 통매각 대신 지분 일부를 매각한 뒤 공동 경영하는 안도 선택지로 언급된다.
그룹 사업 조정 마무리 수순
SK그룹은 지난 상반기 계열사 합병과 매각, 사업부 조정 등 숨 가쁜 구조조정의 시간을 보냈다. 작년 말 최태원 회장이 7년 만에 ‘서든데스’(돌연사)를 언급한 후 대대적 개편을 추진해 왔다. 그룹 주요 계열사를 이끌던 기존 부회장들은 2선으로 물러나고, 최 회장 사촌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나서 경영 고삐를 죄었다. 지난 6월엔 최고경영자(CEO)가 모인 경영전략회의에서 중복 투자를 개선하고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조정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알짜는 합치고 성장이 꺾인 곳은 팔며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를 위한 사업 재편이 대표 사례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가 SK에코플랜트에 합쳐진다. 비주력 사업은 처분 중이다. SK네트웍스의 SK렌터카 매각(8200억원), SK어스온의 페루LNG(액화천연가스) 지분 매각(3400억원), SK스퀘어의 크래프톤 지분 매각(2600억원)이 상반기에 이뤄졌다. 이 밖에 SK아이이테크놀로지(SK IET), SK동남아투자법인의 베트남 빈·마산그룹 지분, SK㈜가 보유한 중국 동박 제조기업 왓슨 지분, 11번가 등의 매각이 추진 중이다.

SK스페셜티 매각까지 진행하자 ‘선택과 집중’이라는 SK의 리밸런싱 퍼즐이 완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SK스페셜티 매각이 성사되면 SK는 특수 가스 사업 대신 산업용 가스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용 가스는 산소, 질소, 아르곤, 수소 등 범용 가스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특수 가스와 구분된다.

하지은/차준호/사진=임형택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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