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가계대출…5대 은행 쏠림만 키웠다

입력 2024-08-19 17:52   수정 2024-08-20 02:15

폭증한 가계대출이 대형 시중은행에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굳어지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경기 온도 차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선 ‘관치 금리’로 금리 경쟁마저 가로막힌 상황에서 지방 및 외국계 은행이 대출 자산을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166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5조5000억원이었다. 지방은행의 가계대출 감소가 두 통계 간 격차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방은행의 집단대출과 전세대출이 부진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부동산 가격 반등이 제한적이고 일부 역전세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집단대출은 총 2조원이 줄었지만, 대형 시중은행의 감소 규모는 100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전세대출 역시 은행권 전체로는 1조2000억원 쪼그라들었지만 5대 시중은행은 되레 4000억원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지방은행이 금리 경쟁 없이 수도권에서 시중은행과 맞서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인구 감소, 경기 침체에 더해 가계대출 경쟁에서도 대형 시중은행에 밀리면서 지방은행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간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하나금융그룹 산하에 있는 하나금융연구소가 ‘변화의 기로에 선 지방은행’이라는 보고서를 냈을 정도다. 이 연구소는 “시중은행들이 지방은행의 주요 대출처이던 지방 우량, 중견 기업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방은행의 전유물이던 시·도금고, 대학 주거래은행마저 대형 은행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지방은행 점유율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 와중에 지방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중 상당액이 인터넷은행으로 이탈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수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지방은행에서 빼앗은) 저원가 조달을 기반으로 인터넷은행이 가계대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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