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가격 더 오를 것"이라는 소비자들…고민 깊어지는 한은

입력 2024-08-20 08:23   수정 2024-08-20 08:29


주택가격이 1년 후 지금보다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 소비자가 2년10개월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기대가 확대된 영향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이유로 금리 인하를 망설였던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이 20일 발표한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8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18로 전월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0월(125) 이후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을 상회하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더 크다는 의미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매매가 증가하고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결과로 한은은 분석했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소비자들이) 현재 집값 흐름에 기반해 전망에 대해 답변하기 때문에 주택가격과 주택가격전망지수 간에 상관관계가 높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 등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라며 "실제 주택가격 추이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주택가격에 대한 기대가 꺾이지 않으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고민도 더 깊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줘 물가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심리는 악화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월 100.8로 전월보다 2.8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수는 지난 5월 98.4에서 6월 100.9로 올라선 뒤 석 달 연속 100선 위를 지켰다. 이번에 CCSI가 하락한 데는 미국 경기침체 우려 등에 따른 주가 급락과 이커머스 대규모 미정산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시장 금리 하락 등으로 전월보다 2포인트 내린 93, 물가수준전망지수는 농산물 가격 상승세 둔화에도 석유류 가격 상승 등으로 1포인트 오른 145를 각각 기록했다.

지난 1년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은 3.5%로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했고, 향후 1년간의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9%로 전월과 같았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2.9%로 2022년 3월(2.9%) 이후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뒤 두 달째 같은 수준이 유지됐다.

황 팀장은 "폭염 등 기상 여건 때문에 농산물 가격 상승 전망이 나오고 하반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 요인도 남아있어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내려가지 못하고 멈칫했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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