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완성차 회사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전기차 생산에 ‘기가캐스트’ 기술을 도입한다. 차체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기술로 초대량생산에 용이하다. 원가 경쟁력을 높여 테슬라 등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연내 기가캐스트에 사용할 9000t급 대형 주조 설비를 아이치현 공장에 도입한다. 일본 최대 규모의 주조 설비로, 전기차 부품 시제품 제작 등에 사용할 게획이다.
기가캐스트는 고온에서 녹인 알루미늄 합금을 고속·고압으로 금형에 부어 차체 부품 등을 일체 성형하는 기술이다. 복잡한 형태의 대형 부품도 한 번에 만들 수 있어 차체 경량화, 생산 효율화 등에 유리하다. 앞서 미국 테슬라는 세계 최초로 이 기술을 채택했다. 6000~9000t 규모 설비로 ‘모델 Y’ 등을 생산하고 있다.
도요타는 2026년 출시할 렉서스 차세대 전기차 ‘LF-ZC’부터 기가캐스트로 생산할 방침이다. 차체를 전면, 중앙, 후방 등 세 부분으로 나누고 후방과 전면을 기가캐스트로 찍어낼 계획이다. 기존 차체 후방 제작에 필요했던 86개 부품·33개 공정을 1개 부품·1개 공정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 외 일본 완성차 업체도 기가캐스트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혼다는 도치기현 연구개발(R&D) 시설에 6000t급 설비를 설치하고 양산을 준비 중이다. 닛산자동차도 2027년 6000t급을 도입해 부품 중량을 20% 줄이겠다는 목표다.
현대자동차는 ‘하이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노사 임금·단체협약 협상에서 합의했다. 2026년 양산에 적용할 방침이다. 폭스바겐, 볼보 등도 비슷한 공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가캐스트는 자동차 제조 방식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도요타는 강점인 하이브리드카로 이익을 확보하면서 그 자금을 전기차 개발에 투입하는 전략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제조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전기차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 중국 등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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