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억만장자들' 저자 로라 신 "블록체인 기반 조직, 대형은행·빅테크 대항마로 뜰 것"

입력 2024-08-20 18:18   수정 2024-08-20 19:23

"블록체인 산업의 핵심 기치인 탈중앙화를 활용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매우 많습니다. 블록체인으로 만든 커뮤니티는 대형 은행·빅테크 기업을 대체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이더리움 억만장자들' 저자 로라 신(Laura Shin)은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케미스트리에서 열린 한글판 출간 기념회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웹3 컨설팅 기업 디스프레드의 저자 초청으로 개최됐다. 책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은 이더리움(ETH)을 고안해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비탈릭 부테린을 비롯해 이더리움 커뮤니티 조직원 200여명을 만나 3년 동안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로라 신은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편집장을 지낸 언론인이며, 가상자산(암호화폐) 뉴스 웹사이트 언체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진행자다. 그가 진행하는 언체인드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는 25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가상자산 업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더리움, 비탈릭 부테린의 성장기…핵심 기여자는 '빅3' 개발자들"
신은 이더리움이 비탈릭 부테린의 성장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더리움은 8명의 공동 창업자가 개발했지만 실제로는 비탈릭 부테린, 가빈 우드, 제프리 윌크 등 실제로 코딩을 담당한 3명이 핵심 기여자"라면서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전체적인 컨셉을 잡은 연구자, 비전가였다. 책은 비탈릭 부테린의 성장기를 다수 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더리움을 고안할 당시 당시 19살이던 비탈릭 부테린은 전 세계를 여행하며 블록체인이 혁신을 이뤄가는 방식을 관찰했다. 그는 기존 비트코인(BTC)에 새로운 기능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에 일종의 앱스토어를 만들고 앱을 올리는 새로운 블록체인 시스템이란 컨셉을 잡았다.

또 가빈 우드는 폴카닷(DOT)을 설립한 인물로 이더리움의 초기 기술 문서인 '옐로우 페이퍼'를 작성하며 비탈릭의 아이디어를 코드와 수학으로 구현했다. 제프리 윌크는 고(GO) 언어를 활용해 이더리움 접속 클라이언트 프로그램인 고이더리움(Geth, 게스)를 만든 개발자다. 고이더리움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클라이언트 중 하나로 꼽힌다.

신은 "비탈릭은 이더리움을 19살에 개발하기 시작했고 사회적인 스킬이 없어 서툴렀다. 이더리움을 만드는 데는 장애물이 있었고 특히 인재에 관련된 문제가 많았다"면서 "이제는 (업계) 사람들도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 때 이 책을 추천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책은 100년 후에도 기록이 정확히 남을 수 있도록 업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고자 했다. 특히 더다오 해킹 사태 등을 사실적으로 전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덧붙였다.

더다오 해킹 사태란 2016년 이더리움 재단이 벤처캐피털 펀드 목적으로 설립한 다오(DAO)가 출범 3주 만에 해킹 공격을 받아 약 360만개의 이더리움을 분실한 사건을 말한다. 더다오 해킹은 기존 이더리움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ETC)으로 쪼개진 계기가 됐다.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는 탈중앙화에 있다…다오는 빅테크 대항마 될 것"
신은 블록체인의 장기적인 가치가 '탈중앙화'에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앙 서버나 신뢰 기관 없이도 작동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앞으로도 크게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중앙화를 핵심 가치로 구현한 블록체인에선 개인이 보유한 자산·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이 조작될 수 없고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특징이 있다.

또한 신은 "비트코인은 한때 애플의 시가총액과 비슷했지만 이사회나 직원 없이도 채굴자들을 모았고 암호화폐라는 아이디어를 퍼뜨릴 수 있었다"면서 "블록체인을 통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밖에도 굉장히 많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 대선을 예측하는 플랫폼인 폴리마켓과 주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는 다오(DAO) 등 탈중앙화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오란 중앙기관의 간섭 없이 자체적으로 작동하는 조직 혹은 회사를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다오가 대형 은행이나 빅테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은 "이제는 여러 커뮤니티를 다오로 운영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다"라며 "나는 다오가 앞으로 대형 은행이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낮추는 등) 강력한 대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블록체인에 모여 프로젝트 펀딩 목표금을 1분만에 채우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미국과 같은 경우 관련 규제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다른 나라에선 다오의 발전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투자자, 자신만의 연구(DYOR)는 필수"
가상자산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신은 "가상자산 분야는 뉴스도 많고 누구는 여기에 투자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 투자자는 매수·매도에 앞서 '자신만의 연구(DYOR, Do Your Own Research)'를 꼭 해보기를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가상자산 투자자는 매수하는 종목에 대한 자신만의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비탈릭 부테린처럼) 비전이 있는 인물 혹은 기술력 높은 프로젝트를 맹목적으로 따라가 매수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매수하는 이유를 분명히 알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명한 사람을 따라서 매수하는 행위는 오히려 손실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사용자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집중한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스캠(사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자산 분야는 뉴스가 많이 나오는데 해당 뉴스가 (투자에)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 보기를 권장한다"라며 "투자자는 뉴스를 보고 자산을 언제까지 홀딩할 것인지, 또 어떤 요소들이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는지 먼저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민승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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