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CU 매장 교두보로 중앙亞 공략"

입력 2024-08-20 17:51   수정 2024-08-21 02:12

한국 면적의 27배나 되는 중앙아시아 국가 카자흐스탄에는 올초만 해도 현대화된 편의점이 없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은 영업하지만 집 근처에서 생필품을 바로 살 수 있는 소형 유통 채널이 부족했다. 지난 3월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가 카자흐스탄에 진출한 이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다.

BGF리테일은 고려인 동포가 운영하는 중앙아시아 최대 아이스크림 제조·유통기업 신라인과 합작법인 CUCA를 세웠다. 현지 최대 도시 알마티 등에서 7개 CU 매장을 운영 중이다. 고려인 4세인 알리나 신 CUCA 대표(사진)는 20일 “CU가 카자흐스탄의 쇼핑 문화와 물류 시스템을 바꾸며 ‘유통업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인 4세가 도입한 K편의점
지난해 경제성장률 5.1%를 기록한 카자흐스탄은 인구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인 ‘젊은 국가’다. 신 대표는 “최근 카자흐스탄 젊은 층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다는 점에 착안해 ‘한국식 편의점’을 들여오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드라마를 통해 CU라는 브랜드를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 점도 협업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신 대표는 CU가 ‘24시간 연중무휴’라는 점을 앞세워 현지 소비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에선 1주일에 한두 번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을 방문해 식료품과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CU가 생긴 이후엔 출근할 때 편의점에서 커피를 사고, 점심시간에 김밥과 라면을 먹고, 퇴근할 때 생필품을 사는 식으로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CU의 인기를 견인하는 건 단연 K푸드다. CU 카자흐스탄 매장에선 라면 삼각김밥 등 간편식품뿐 아니라 떡볶이 닭강정 등 즉석조리 제품을 판매한다. 이를 위해 편의점에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하고, 하루 7000개 이상의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센트럴키친도 구축했다. 그 결과 전체 매출에서 간편·즉석조리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섰다. 신 대표는 “K드라마에 등장하는 상품, 먹거리, 음악 등을 경험해보기 위해 CU를 찾는 방문객도 많다”고 설명했다.
카자흐 쇼핑문화·물류 바꾼 CU
CU는 현지 물류 방식도 바꾸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선 상품 공급사가 직접 점포로 상품을 배송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렇다 보니 배송 일정을 맞추지 못해 점포에서 상품을 팔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BGF리테일은 카자흐스탄에 진출하면서 3000㎡ 규모 별도 물류센터를 구축, 안정적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신 대표는 “새로운 물류 인프라를 통해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면서 카자흐스탄 유통업 전반의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은 CU의 중앙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다. 신 대표는 “2029년까지 카자흐스탄 내 CU 점포를 500개까지 늘리고, 신라인의 중앙아시아 판매 인프라를 활용해 인근 국가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100개 민족 가운데 고려인은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데, 한국 편의점을 통해 문화를 소개하고 유통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이 고려인 4세로서 매우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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