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화하던 2020년 초. SNS에서는 미국 젊은이들이 햄버거 프랜차이즈 ‘쉐이크쉑’의 쉑쉑버거를 배달 주문해 먹었다는 인증 글과 해시태그가 확산했다. 가장 먼저 반응한 곳은 SNS를 통해 빅데이터를 수집하던 자산운용사들이었다. 배달 음식의 대명사로 통하던 피자가 위축되고 햄버거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의견이 나왔다. 시장에서도 이 흐름이 반영됐다. 그해 4월부터 연말까지 도미노피자 주가가 16.8% 오르는 동안 쉐이크쉑은 155% 상승했다.
올해 수익률 109%를 기록하며 사모펀드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구도자산운용이 대표적 사례다. 이 운용사는 업계에서 웬만큼 알려진 스타 펀드매니저가 한 명도 없다. 삼성전자 출신 AI·데이터사이언스 전문가인 박세훈 대표를 비롯해 20·30대 젊은 펀드매니저들이 독자적인 AI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판단을 내린다.
정헌직 운용본부장은 “다른 운용사들도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많은 양의 데이터를 자동 분류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바로 볼 수 있게끔 효율적인 AI 시스템을 구축한 게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이런 방식으로 올해 초 꼽은 종목이 일본 운동화 제조업체 아식스다. 젊은 층 SNS에서 나이키에 대한 언급이나 게시글이 줄어든 반면 아식스 언급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식스 주가는 올해 약 130% 올랐다.
더블유자산운용도 SNS 데이터를 활용해 투자 결정을 내린다. 이 회사의 종목별 SNS 빅데이터 조사 현황에 따르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틱톡 해시태그 ‘buldak(불닭)’ 게시 건수는 연초 4만4000건에서 5월 말 7만4000건으로 급증했다. 코스닥시장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는 연초 60에 불과하던 제품의 구글 트렌드 지수(구글 검색량 기반 관심도를 1~100으로 변환한 값)가 4월부터 100으로 뛰어올랐다. 더블유자산운용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삼양식품과 실리콘투에 선제 투자해 높은 수익을 거뒀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인 스포티파이나 유튜브 등의 재생 횟수도 이들 운용사엔 주요한 투자 지표가 된다.
삼성자산운용은 기업고객의 자산관리(WM)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기존의 퀀트 모델에 AI가 금융 데이터를 학습해 투자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시스템을 접목했다. 이를 적용한 상품이 ‘삼성글로벌AI플랫폼액티브형’ 펀드다. 이 펀드는 미국 일본 중국의 주식과 채권 ETF에 분산 투자하는데, 이 비중을 AI가 정한다.
맹진규/최만수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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