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세슘우럭 괴담 유포자들은 지금 어디 있나

입력 2024-08-20 17:47   수정 2024-08-21 01:19

“괴담에는 ‘무고죄’가 없습니까?”

최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수산업자는 지난 1년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두고 발생한 일들에 대해 “자신의 발언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면 앞으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며 이처럼 쏘아붙였다.

지난해 8월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당시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들이 한 발언을 확인하면 수산업자의 이런 말에 공감이 간다.

“우물에 독극물을 퍼 넣으면서 이것은 안전하다”(이재명 민주당 대표) “똥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를 먹을 수 없다”(임종성 전 민주당 의원) 등 막말이 난무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회의실에 학생들을 초대해 ‘후쿠시마 핵 오염수 간담회’도 열었다. 당시 한 초등학생은 카메라 앞에서 “내가 제일 싫은 건 우리나라 대통령이 핵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는 걸 찬성했다는 거예요”라며 “너무 속상하다”고 말했다.

국제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국내외 과학자들이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는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설명해도, 오염수가 먼저 도달하는 캐나다와 미국은 조용하다고 지적해도, 이들에겐 ‘소귀에 경 읽기’였다. 아무 근거 없는 ‘세슘 검출 우럭’만 강조했다. 많지는 않지만, 과학자 중 일부도 이런 주장을 거들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는 공개 강연회에서 “오염수는 야생마처럼 위험하다”고 발언했고,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위험성과 연관관계가 불확실할 땐 판단을 유보해야 한다”고 했다.

소비자들이 이런 정치인과 과학자들보다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상반기 일본산 수산물 수입 물량은 1만8106t으로 작년 상반기(1만5994t)보다 13.2% 증가했다. 2017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입량이다. ‘슈퍼엔저’ 영향이 있다고 하지만, 일본산 수산물의 안전성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한국 사회가 괴담에 휘둘린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엔 “미국산 소고기를 먹으면 뇌에 구멍이 난다”고 했다. 2016년 경북 성주군에 사드를 배치할 땐 “전자파에 튀겨진다”는 루머가 돌았다. 현재까지 국내 광우병 환자는 ‘0명’. 한국은 3년 연속 미국의 최대 소고기 수입국이다. 성주군의 전자파 피해자는 없었고, 참외 매출액은 매년 상승곡선을 그린다. 광우병 사태와 사드 사태 당시 근거 없는 괴담과 루머를 앞세워 선동했던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들 중 사과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합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정말 심각한 오염물질은 방사능이 아니라 괴담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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