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건 갖춰 법무장관 허락"…창업 가로막는 '리걸테크법'

입력 2024-08-20 18:11   수정 2024-08-21 11:33

더불어민주당이 ‘로톡’ 같은 법률 서비스 플랫폼을 육성하겠다며 ‘리걸테크 진흥법’ 제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기에는 초강력 규제 내용이 담겨 관련 스타트업들은 실제 시행 시 줄줄이 사업을 접어야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변호사를 두고, 법률이 정하는 자본금과 시설·장비를 갖춰 정부의 허가까지 받으라는 내용의 독소조항도 포함됐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권칠승 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에서 입법공청회를 열고 법안 추진에 드라이브를 걸 예정이다. 5선 중진 박지원 의원 등도 공동 주최자로 이름을 올렸다.

공청회에서는 권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리걸테크 산업진흥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을 논의한다. 권 의원은 “벤처기업이 인공지능(AI)을 법률 분야에 적용해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어떤 규제를 적용받을지 불분명한 ‘그레이존’에서 사업하는 상황”이라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체적 자격과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제정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해당 법안이 발의되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권 의원안은 리걸테크의 정의를 △법률 종사자 정보 제공 △자동화된 법률 자문 △법률 사건 결과 예측 △법률 문서 작성 △판례·법령 제공 등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자는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만들었다.

법무부 장관의 허가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자본금 보유 △변호사 등 전문인력과 시설·장비 구비 등을 요건으로 달았다. 구체적인 자본금 규모와 필요한 장비 등은 명시하지 않았지만, 상당수 소규모 스타트업은 ‘허가제’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제공하는 서비스와 관련 없는 거액의 장비나 시스템이 필요하게 될까 걱정된다”며 “자본금 규정은 이미 자리 잡은 업계 선두 기업에만 유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안에선 법률 자문, 결과 예측 등 기업이 변호사를 반드시 고용하도록 했지만, 서비스 형태에 따라 변호사가 필요 없는 리걸테크 기업도 상당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 의원은 해당 법안을 21대 국회에서도 발의하려다 업계 반발에 접은 바 있다. 리걸테크산업협의회 소속 스타트업 대다수는 권 의원 측에 익명으로 반대 의견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리걸테크 업체 관계자는 “권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지낸 데다 법안이 이제 논의 단계라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가 미운털이 박힐까 봐 업체들이 떨고 있다”며 “이대로 제정되면 선두 업체 한두 곳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고사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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