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우리은행의 부당 대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2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원장은 우리은행이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부당 대출 건을 보고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기관이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계좌추적권과 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에 의뢰했어야 한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또 부당 대출 사태가 불거진 이후 우리은행이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손 전 회장의 발언을 옹호한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전 회장과 부당 대출 사이 연관성 및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금융당국이 확인해야 할 부분인데 우리금융이 먼저 나서 선 긋기를 한 점이 부적절했다는 얘기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의 내부 통제 시스템을 통해 부당 대출이 사전에 인지됐어야 했고, 그러지 못했다면 엄정한 내부 감사나 외부 기관 의뢰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후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금감원 각 부서에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로 감독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총 616억원의 대출을 내줬다는 사실을 검사에서 적발했다고 지난 11일 밝혔다. 이 중 350억원 가량은 부당 대출로 판단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초 자체 검사(1차)를 진행하던 중 이를 파악하고 직접 관계자들에 대해 징계 조치를 내렸다. 다만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어 금융사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금감원에 별도 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6월 현장 검사에 나섰고, 우리은행도 심화 검사(2차)와 금감원 현장 검사 대응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확인해 사문서 위조와 배임 등 혐의로 관련 임직원을 8월 9일 경찰에 고소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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