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강달러 시대가 저물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약달러에 베팅하면서다. 일부 자금은 브라질처럼 금리가 높은 신흥국 통화로 옮겨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시 기준 101.47로 약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또한 같은 시간 1332원으로 주간 거래 종가(1333.2원)보다 1.2원 내린 채 거래되고 있다. 이날 도쿄 외환 시장에선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144엔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처럼 달러 가치가 내려가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경제·통화 정책 분야 고위 당국자 회의인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시장에서 9월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이 자리에서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을 상황을 시장에서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잭슨홀 미팅에서 0.5%포인트 인하 가능성도 열어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버코어ISI는 “파월 의장이 0.5%포인트 인하에도 열려 있으며, 이에 대한 기준이 높지 않다는 점을 전달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Fed의 금리 인하로 통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자 달러 매도도 이어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자사 헤지펀드 고객들이 8월 7일 이후 계속해서 미국 달러화를 순매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자금은 더 높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신흥국 통화로 옮겨갔다. 특히 기준금리가 연 10.5%인 브라질 헤알화의 인기가 높다. 1년 가까이 이어지던 헤알화 약세 추세는 8월 초부터 급반전했다. 달러당 헤알화 환율은 지난 1일 5.75헤알에서 이날 5.48헤알로 하락(헤알화 가치 강세)했다.
일각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올라간 것도 달러 약세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공격적인 재정 지출로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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