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운전을 포기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비싼 차 값과 보험료, 유지비 부담에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한때 성인과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운전에 대한 기피 현상은 학비와 생활비 부담에 허덕이는 미국 10~20대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운전면허 소지자 중 19세 비율은 1983년 87.3%에서 2022년 68.7%로 꾸준히 감소했다. WSJ는 "10대와 20대에게 운전의 가치는 다른 세대에 비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운전에 대한 선호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비용 부담이다. 실제 최근 몇년 동안 자동차 가격, 자동차 부품 가격, 자동차 보험료 등은 모두 상승했다. 미국에서 평균 신차 가격은 2019년 이후 32.2% 급등했다. 올 7월 기준 평균 신차 가격은 4만4604달러다.
또한 운전 경력이 짧아 자동차 사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10대와 20대의 보험료는 상대적으로 더 비싸다. 18~24세 미국 운전자의 10명 중 3명꼴로 1년 내 자동차 보험료가 300달러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운전면허가 없는 19세 대학생 앤젤리나 레이예스는 WSJ에 "남자친구와 가족의 도움으로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굳이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운전에 과연 그렇게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었다"고 말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JD파워에 따르면 신차·중고차 판매에서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의 점유율은 최근 2년간 0.1% 감소했다. 타이슨 조미니 JD파워 부사장은 "인구통계학적으로 볼 때 특정 세대의 판매 점유율이 줄어드는 건 매우 드물다"며 "그들의 연령이 높아져도 구매 비중은 그리 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WSJ는 "체감하는 물가 부담이 쉽게 완화하긴 어려워 직접 차를 구입하고 운영하는 것보다 필요에 따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가족들에게 이동을 부탁하려는 10~20대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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