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으면 외국인 이모님한테 다 줘야겠네요. 휴직도 할 수 없는 상황인데 답답합니다."
"본국 월급보다 4배를 더 받는데, 가정부는 아니고 돌봄 도우미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우리나라 도우미와 별로 가격 차이가 없어서 누가 신청할까 싶었는데 의외로 신청이 있다네요. 같은 돌보미라도 영어에 도움이 될 테니 쓰자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자꾸 언론에 소개되다보니 '필리핀 가사 도우미도 월급 238만원을 받는데, 나는 왜 시간당 1만3000원만 받아야 하느냐?'며 이모님이 눈치를 주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이 한국에 입국해 교육을 받고 있는 가운데,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성토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필리핀에서 입국한 가사관리사, 소위 '필리핀 이모님'에게 매달 238만원의 월급을 줘야 하는 이상 이들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30대 가구의 중위소득이 509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필리핀 이모님'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실제로 많지 않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정착된 홍콩이나 싱가폴에서는 각각 월 77만원, 40~60만원의 비용으로 이들을 고용할 수 있다는 점도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국회에서 세미나를 개최해 최근 '필리핀 이모님' 입국으로 공론화된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 문제를 제기했다.
나 의원은 "최저임금 산정의 가장 기본적인 기준은 노동생산성과 생계비"라며 "생계비를 본국을 기준으로 한다면, 내국인가 똑같이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금의 대부분을 본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송금하는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필리핀 가사도우미는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시급 9860원에 4대 보험 등 간접비용을 더해 매달 238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하루 4시간만 근무해도 월급은 119만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5일 발표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 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전일제 맞벌이 부부가 하루 10시간 가사 ·육아 도우미를 고용하면 2023년 기준 월 264만 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는 30대 가구 중위소득(509만원)의 51.8%를 차지하는 금액으로, 부부가 번 돈의 절반 이상을 육아 돌봄에 써야 한다는 의미다. 전일제 맞벌이라 하더라도 쉽게 이모님을 쓸 수 없다는 뜻인데, 이 문제를 해결한다며 국내로 데려온 '필리핀 이모님'의 가격 역시 월 238만원(하루 8시간 기준)으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정착된 홍콩에서 주 5일 8시간을 고용할 경우 월 최소 77만원, 싱가포르에서는 40~60만원을 지급하는 되는 것과는 격차가 크다.
이번 사업을 주도한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홍콩과 싱가포르의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는 최저임금이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도록 법이 돼 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200만원 정도를 줘야 한다"며 "충분한 도움이 될지 의문이고, 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한 731가구 중 312가구(42.6%)가 소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있는 가구였다는 점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가정만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것도 문제로 거론된다. 규정에 따르면, 6시간 이상 서비스의 경우 어른 옷 세탁, 건조, 어른 식기 설거지, 청소기, 마대 걸레 등 바닥 청소는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만, 쓰레기 배출, 어른 음식 조리, 손 걸레질, 수납 정리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 필리핀 정부는 이들이 가사 도우미가 아닌 돌봄 도우미라며 확실하게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내국인 이모님을 고용할 경우에도 협의를 통해 육아와 일부 가사를 모두 맡길 수 있는데, 이를 사실상 막아둔 것이라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필리핀 이모님'에 대한 수요는 '돌봄'보다는 '영어'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 부모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맘카페에는 '필리핀 도우미가 자녀 영어 교육에 도움이 될지'를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업무 범위가 불명확한 데다 비용도 싸지 않지만, 이번에 한국으로 입국한 이들이 '영어가 유창하다'는 점에 주목해 수요가 발생한 것이다. 맞벌이 가정의 가사·돌봄 부담을 덜겠다며 도입한 제도가 결국 '강남'과 '영어'라는 키워드로 함축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가사근로자법을 통해 시행하다 보니 4대 보험 등 근로관계법을 모두 적용하게 되어, 실질적으로 시급이 1만4000원에 달한다"고 했다. 이들이 받는 실질 시급은 공공 아이돌보미가 받는 1만1630원 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그는 "이들 월급이 주 5일, 8시간 근무에 238만원이라고 언론에서 떠들어대니, 근로관계법 적용을 받지 않는 대부분의 육아도우미분들이 '우리도 돈 더 달라'고 눈치를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6시간이나 8시간을 고용하면 반드시 1시간 휴게시간을 줘야 하는데, 가사 도우미와 달리 육아도우미는 비는 1시간을 커버할 누군가가 또 있어야 한다"며 "이런 것을 더 세밀하게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대부분 본국으로 송금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국인과 똑같은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나경원 의원은 "ILO(국제노동기구)의 '차별 금지' 협약을 무조건적인 차별 금지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 합리적 차별은 가능하다고 해석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 오는 비숙련 노동자의 경우, 혼자 우리나라에서 근로하며 수입의 80%를 본국에 송금하고 있다"며 "근로자 1인의 생계비는 국내를 기준으로 해야겠지만, 그들이 본국에 보내서 사용하는 가족 생계비는 대대한민국과 똑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다. 구분 적용하는 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비합리적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준 사회보장제도'라는 점을 들며 외국인에게까지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해야 하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의료 보험을 외국인이 남용한 사례도 많이 보도되고 있다"면서 "준 사회보장제도를 외국인 근로자에게까지 적용하는 것은 과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자동화되기 쉬운 일자리의 고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면서 "적정한 최저임금이 형성되면 더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유입되면서,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측면에서 최저임금 적정 수준을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분류하는 것은 초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에서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김경선 한국공학대학교 석좌교수는 현재 한국의 외국 인력 공급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일반고용허가제(E-9)인데, 이는 제조업과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임업 중심으로 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제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설계된 일반고용허가제 대신 동표취업제(H-2)를 확대 개편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특히 각 가정의 부담을 덜기 위해 자치단체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숙식 서비스를 제공하되, 보수에서 지급 공제하는 제도를 시행하자고 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이용하는 가정의 부담을 완화하는 한편 외국인 가사 종사자에게는 양질의 숙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 현물 지급과 관련한 ILO 협약에도 가사도우미에게 임금의 일부를 현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해뒀다.
김 교수는 "지금 외국 인력 제도는 제조업에는 도움이 됐는데, 돌봄 분야 인력난 문제에는 심각한 한계점을 노출했다"면서 "서비스 수요자가 기업이 아닌 가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과도한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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