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가로막는 곳이 아닌, 누군가의 통로이자 삶의 터전"

입력 2024-08-21 18:24   수정 2024-08-22 00:18

“여러분은 지금 육로가 아니라 하늘길로 민통선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개성까지 20㎞, 평양까지 160㎞입니다.”

태풍 9호 종다리가 한반도에 접근하던 21일 오전. 비바람을 뚫고 찾은 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공원에서 탑승한 케이블카에서 흘러나온 음성이다. 6·25전쟁의 총탄 흔적이 남은 철교, 지뢰 매설을 경고하는 철조망 표지판이 폭풍전야의 긴장감을 간직하는 듯했다.

비무장지대(DMZ) 일대가 거대한 미술관이 된다. 평화누리에서 30일부터 열리는 ‘DMZ OPEN 전시: 통로’를 통해서다. 1년에 한 번 DMZ를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DMZ OPEN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전시다. 경기도가 주최하고 경기관광공사가 주관한다.

국내외 12명의 작가가 작품 32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는 ‘통로’를 주제로 DMZ의 의미를 돌아본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은 “우리는 그동안 DMZ를 경계를 나누고 통로를 가로막는 공간으로 인지해왔다”며 “누군가 지날 수 있는 통로이자 다양한 생명체가 살아가는 공간으로서의 DMZ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마치 관람객이 긴 통로를 지나듯 구성했다. 출발점인 평화누리 곳곳에 설치된 노순택의 사진 연작 ‘분단인 멀미’가 먼저 눈길을 끈다. 중국과 북한 접경지대에서 바라본 북한의 모습을 흔들리는 초점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임진각 평화곤돌라를 타고 임진강을 지나는 길목엔 노원희의 ‘바리데기’ 연작 121점이 놓였다. 황석영 작가가 2007년 신문에 연재한 소설 <바리데기>를 위해 제작된 삽화 연작이다. 탈북민 소녀 ‘바리’가 혼자 영국으로 건너가 정착하는 과정을 담은 내용으로, 현대사회에 잔존하는 식민지 지배의 상처를 꼬집은 작품이다.

마지막 전시장인 갤러리그리브스는 70여 년 전 미군이 볼링장으로 활용한 건물이다. 정연두 작가가 파주의 도라전망대를 극장처럼 꾸며 촬영한 ‘도라 극장’이 주요 볼거리다.

전시는 무료지만 임진각 평화곤돌라 탑승권은 유료다. 일반석 대인(중학생 이상~만 65세 미만) 기준 1만1000원. 보안서약서 작성과 신분증 지참은 필수다. 전시는 11월 16일까지.

파주=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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