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생성형 AI 기술의 확산하는 속도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세상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신기술은 ‘기술 촉발’ ‘과도한 기대의 정점’ ‘환멸의 골짜기’ 등의 단계를 거친 뒤 본격적으로 확산하는데, 지금은 AI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곳곳에서 현실적인 문제가 드러나는 ‘환멸의 골짜기’ 단계 초입이라는 설명이다.
‘AI 투자 광풍’을 우려하는 미국 월스트리트가 손에 꼽을 법한 모범사례는 뜻밖에도 한국에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상반기 1조5000억원대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하반기보다 15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2020년 이후 반기 기준으로 두 회사의 R&D 투자가 뒷걸음질 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리띠’를 조인 두 회사의 실적은 계속 우상향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신기록을 냈다. 카카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이 증가하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했다.
반면 네카오를 비롯한 국내 기업은 소비자들에게 돈을 받고 팔 AI 상품 자체가 없다. 청사진이 또렷한 것도 아니다. AI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경영진의 약속만 있을 뿐 구체적인 액션플랜이 보이지 않는다.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네카오의 주가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배경이다.
AI가 시장에 안착하는 과정은 2000년대 초반 닷컴거품과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곳곳에서 거품이 터지는 진통을 이겨낸 소수의 기업이 시장을 거머쥐게 될 것이다. 이런 시기엔 당장의 실적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우선이다. 도전자 입장인 한국 기업이라면 ‘AI 거품론’을 머리에서 지워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대 위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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