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의 역습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차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서방의 도움을 받아 도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미국 백악관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며 러시아가 주장하는 서방 책임론에 선을 긋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달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도적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밝혔다. 해리스 후보는 협상을 통한 전쟁 조기 종식을 촉구했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 지지 의사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 확전 방지를 위한 미국의 노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테헤란을 찾은 하마스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했다. ‘하니예 순교’를 계기로 이란과 헤즈볼라 등 이른바 ‘저항의 축’이 공동 전선을 구축하면서 ‘제5차 중동 전쟁’ 발발도 임계점에 근접한 모습이다.
전쟁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모두에게 생존을 위한 절박한 수단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공식 임기는 지난 5월 종료됐다. 계엄령 유효 기간만큼 대통령 임기도 연장되므로 젤렌스키의 정치적 생명은 계엄령 법률안을 심의하는 우크라이나 국회(라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종교 시온주의’와 ‘유대인의 힘’ 등 이스라엘 극우 정치권은 “하마스와 휴전 협상에 합의할 경우 연정을 끝내겠다”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확전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생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자기 정치’라는 원초적 목적 외에도 미국의 리더십 교체 가능성 등 불확실한 안보 상황에서 미국의 전쟁 관여를 촉진하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도 이스라엘도 미국의 지원과 지지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다. 미국의 무기 공급과 외교적 지지는 전쟁 지속 능력 확충에 절대적이다. 미국으로선 ‘두 개의 전쟁’은 관리하기가 버겁고, 지금처럼 확전 임계점이 가까워지는 상황은 더욱 부담스럽다. 그래서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대선 전까지 확전을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다.
‘팍스 아메리카나’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대체 불가한 존재다. 평시 전쟁을 억제하고 유사시 ‘최단 기간, 최소 희생, 최대 효과 승리’로 전쟁을 종결하기 위해선 동맹 및 유사 입장국과의 전방위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 북·러 간 동맹 관계 복원을 계기로 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 고도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미 동맹의 지속가능성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정례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한창이다. 군당국은 UFS 연습 기간 지상·해상·공중 영역에서 연합야외기동훈련을 통해 한·미 동맹의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의지를 현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전략사령부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전략사령부가 창설된다. UFS 연습에선 한·미 간 ‘일체형 확장억제’의 중요한 축을 담당할 전략사령부의 임무 검증도 진행되고 있다. 한·미가 UFS를 계기로 ‘일체형 확장억제’ 체제 확립 등 핵 기반 동맹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다음달엔 우리 정부가 주관하는 ‘제2차 한·유엔사회원국 국방장관회의’가 개최된다. 유엔사(UNC)는 평시 정전 체제 유지는 물론 유사시 전력 제공 등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를 지원한다. 한·미 동맹과 유엔사는 언제 어디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지정학적 격돌 시대에 전쟁 억제에 기여하는 소중한 안보 자산이다. 동맹은 물론 유엔사회원국과의 결속과 연대를 강화해 자유·평화의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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