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한돈 45만원' 훌쩍…"반돈짜리 돌반지도 안팔려" [현장+]

입력 2024-08-21 17:36   수정 2024-08-29 15:52


지난 20일 서울 종로3가 귀금속거리는 적막했다. 매장을 찾는 손님은 거의 없었고 썰렁한 가게를 지키는 주인과 종업원만 눈에 띄었다. 우리귀금속도매상가 내 주얼리 가게 사장은 “금값이 너무 올라 금을 사러 방문하는 사람이 작년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점포 사장은 “신용카드 결제대금을 막지 못해 부랴부랴 금을 팔러 온 손님을 딱 한 팀 받았다”며 “가격이 너무 올라 금을 사지 않고,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해 팔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종로 귀금속 상가들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결혼식 예물, 돌반지 선물, 기업 포상 등의 용도로 금을 많이 구입했던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영향이다.
초박막 미니바·순금쌀만 팔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금 한 돈(3.75g) 가격(살 때 가격)은 21일 기준 45만8000원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말 20만원대 초반에서 5년 만에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다. 한국금거래소는 종로 귀금속거리에서 실제 이뤄지는 매매가를 집계하는 민간 업체다. 한 귀금속 회사 관계자는 “금 한 돈이 40만원을 훌쩍 넘으면서 돌반지는 반 돈짜리도 잘 팔리지 않는다”며 “돌반지 선물은 이제 옛말이 됐다”고 했다. 이어 “돌반지 선물이 들어오지 않다 보니 부모가 직접 아이의 열 손가락에 끼워줄 금반지 열 개, 열 돈을 사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그나마 팔리는 것은 1g 단위의 초소형 금 상품이다. 초박막 미니바, 쌀알 모양 등으로 판매되는 초소형 금은 1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금값 상승을 예상하는 젊은 소비자가 투자 차원에서 조금씩 구매한다고 상인들은 설명했다.

신세계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선 골드바 상품 중 주문 수량 상위 20%가 1g짜리였다. 편의점에선 소형 금 상품을 더 세분화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CU는 4월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0.5g, 1g, 1.87g짜리 금을 내놨는데 보름 만에 준비한 물량을 다 팔았다. CU는 금 전용 자판기를 일부 매장에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GS리테일은 2022년 9월부터 편의점 GS25 13곳, 슈퍼마켓 GS더프레시 15곳 등 총 28개 매장에 금 자판기를 운영하고 있다.
“온스당 3000달러” 전망도
금 가격 상승은 금반지 등 실수요 감소로 이어졌지만 투자 자산으로서 역할은 더 커지고 있다.

올 상반기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된 금은 8962㎏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거래대금은 8793억원으로 40% 급증했다. KRX 금 거래는 전용 계좌를 열면 1g 단위로 금 투자가 가능하다. 0.01g 단위로 사고팔 수 있는 은행의 금통장도 인기다. 국민·신한·우리 등 3대 은행의 금통장 계좌는 지난달 말 기준 26만1064개로 작년 7월(24만5379개)보다 6.3% 늘었다.

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상반기까지 금 가격을 밀어 올린 것은 중국이었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은 4월까지 18개월 연속 금을 매입했다. 미국 달러화 중심인 외환보유액을 금 등 다른 자산으로 다양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인민은행은 추가 금 매입을 중단했으나 중국 내 개인들의 금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하반기 들어 북미권에서 금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했다”며 “미국 경기 둔화 우려,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금값의 추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씨티증권은 국제 금값이 온스당 현재 2500달러에서 내년 중반 3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안재광/라현진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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