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신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리포트 작성용 AI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챗GPT의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활용해 리포트 작성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2020년 7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AI 리포트를 내기 시작했다. 이 증권사가 지난달까지 AI 리포트로 다룬 종목은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모두 2886개(상장지수펀드 포함)였다. 최근에도 매일 수십 건의 AI 리포트를 쏟아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이들 자료를 내기 위해 들이는 비용은 고정비 외에는 거의 없다. 사람(애널리스트)이 이처럼 많은 리포트를 내려면 날마다 수백만원에 달하는 변동비(인건비)를 들여야 하는 것과 상반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자산관리전략부 연구위원은 “사람이 해외 중소형 종목의 급등락 이유를 찾으려면 몇 시간이 필요할 수 있지만, AI는 종목당 몇 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신속하게 리포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4월부터 AI 리포트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AI 리포트가 급등락 종목을 분석하는 데 초점을 뒀다면, 미래에셋증권 리포트는 종목의 실적을 분석하는 게 목적이다. 리포트 내용은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것과 비슷하다.
미래에셋증권 AI 리포트에는 목표주가와 매수·매도 의견이 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에는 이를 표기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꿀 수 있다. 권영배 미래에셋증권 AI리서치지원팀 이사는 “애널리스트가 쓴 리포트는 매수 의견 일색이지만 AI 리포트에는 그런 문제가 없다”며 “내부 테스트를 통해 매수·매도 의견이 비교적 균형 있게 나온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했다.
양병훈/양현주 기자 hu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