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거래, 변동성 키워 '8·5 쇼크' 재연 우려"

입력 2024-08-21 17:55   수정 2024-08-22 01:30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 매매가 증가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급등락한 배경에도 알고리즘 매매가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알고리즘 매매는 미리 짜둔 규칙에 따라 컴퓨터가 자동으로 매매하는 방법을 말한다. AI를 활용한 모든 펀드가 알고리즘에 따라 매매하는 건 아니지만, 통상 인간의 판단보다는 AI를 활용해 파악한 과거 데이터에 따라 매매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사람과 달리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매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조건만 맞으면 동시에 많은 매도 물량을 쏟아내 변동성을 키운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 5일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인 배경에도 알고리즘 매매가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지난달 31일 시장이 예상치 못하게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하면서 엔화 강세가 예상되자 주식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일본 주식시장은 12% 폭락해 3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코스피지수도 8% 넘게 급락했다. 시장이 악재로 받아들일 만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알고리즘 매매 때문에 낙폭이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AI를 활용한 펀드 자금이 늘면 이런 상황이 더 자주 벌어질 수 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체 주식 거래 중 70% 안팎이 알고리즘 매매로 추정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아직 알고리즘 매매 비중이 크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최근에는 국내 증시에서도 단시간에 투매로 인한 투매가 일어나는 상황이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AI를 활용한 매매가 평상시에는 증시의 변동성을 줄여준다는 분석도 있다. AI 투자회사 콴텍의 이상근 대표는 “AI를 활용한 펀드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보다 평균적으로 종목 교체 폭이 작다”며 “이 때문에 평상시 증시 변동성은 오히려 줄어드는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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