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활용한 돈세탁, 어떻게 이뤄지나 봤더니[비트코인 A to Z]

입력 2024-08-25 11:05   수정 2024-08-25 11:06



블록체인 기술의 본질적인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들은 부정한 이득을 세탁하기 위해 가상자산을 사용한다. 합법적인 사용자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고 저렴한 국가 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법 집행기관의 압박과 규제가 강화되고 블록체인 분석 도구가 등장하면서 불법 거래가 급격히 감소했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불법 거래 총액이 전체 가상자산 거래량의 1% 미만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 2월 공개된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서도 가상자산을 통한 자금세탁이 법정화폐와 같은 전통적 방법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가상자산 자금세탁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자금의 출처와 목적지를 모호하게 하기 위해 정교한 기술을 개발하며 적응해 왔다. 중개 지갑, 믹서, 크로스체인 브릿지 등이 거래 도구로 사용되며 불법 거래를 추적하는 작업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에 맞선 법 집행기관의 대응책도 만만치 않다. 양쪽 모두 끊임없이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양이와 쥐의 게임이 계속되고 있다.
법정화폐 세탁 방식, 크게 3가지
과거 법정화폐 세탁방식은 여러 은행 계좌와 유령 회사를 통해 자금을 송금하는 등 비교적 단순했다. 가상자산의 경우 크게 가상자산 기반(crypto-native) 자금세탁과 비가상자산(non-crypto native) 자금세탁 두 가지로 나뉜다.

가상자산 기반 자금세탁은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투명성 덕분에 기존 금융 시스템에 비해 높은 정확도와 속도로 추적하고 분석할 수 있다. 자금세탁의 80%가 중개 지갑이나 홉(Hops)을 통해 이뤄지는데 다행히 이는 체이널리시스의 고급 도구를 활용한다면 손쉽게 추적이 가능하다.

난독화 서비스도 대표적인 가상자산 기반 자금세탁 도구다. 범죄자들도 많이 사용하지만 본질적으로 불법이 아닌 합법적인 사용 사례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믹서는 가장 잘 알려진 난독화 서비스다. 2022년 믹서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으나 토네이도 캐시 제재로 주춤했었다. 하지만 시장 활동의 전반적인 증가에 힘입어 믹서는 올해부터 다시 부활하는 추세다.

크로스체인 브릿지도 여러 블록체인에 걸친 복잡한 트랜잭션 웹이 생성시켜 자금 추적을 훨씬 어렵게 만든다. 고급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거래 내역을 숨기는 모네로(Monero, XMR)와 지캐시(Zcash, ZEC) 같은 프라이버시 코인 사용도 디지털 자금세탁 가능성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아무래도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제공하므로 자금을 이동하는 데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스테이블 코인은 중앙에서 발행되기 때문에 불법 활동이 의심되는 경우 발행자가 자금을 동결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위험이 내재돼 있다.

장외거래(OTC) 브로커도 가상자산 기반 자금세탁 수단 중 하나다. 장외거래 브로커를 활용하면 공개 거래소 외부에서 대규모 거래를 촉진하며 고객확인(KYC)을 우회하기도 한다. 범죄자들이 최소한의 조사만으로 가상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백도어를 제공함으로써 자금세탁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가 된다. 하지만 수사관들이 지갑과 브로커 네트워크를 통해 자금 흐름을 추적할 때 블록체인의 투명성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한편 비가상자산 자금세탁은 해킹이나 사기와 같은 가상자산 관련 범죄가 아닌, 오프체인 범죄 활동에서 파생된 자금을 세탁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자금과 불법 활동을 연결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수사를 제외하고는 가상자산을 사용하지 않는 자금세탁을 대규모로 추적하는 것이 어렵다. 따라서 비가상자산 자금세탁 방지 및 수사를 위해서는 데이터 과학을 활용해 자금세탁 활동의 징후를 모니터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금세탁 이상 징후 발견하는 법
우선 신고 한도에 근접한 이체가 반복되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국가마다 기준 금액은 다르지만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1000달러·유로를 초과하는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트래블 룰을 적용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기준을 3000달러로 설정하고 있다. 중앙화 거래소로 유입된 자금의 규모를 보면 1000달러, 3000달러, 1만 달러 임계값 바로 아래와 그 바로 위에서의 이체 금액이 눈에 띄게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범죄자가 신고 요건을 피하기 위해 결제를 구조화할 때 나타나는 보편적인 패턴이다.

현금화하기 전에 여러 개의 중개 지갑을 사용하는 것도 의심스러운 거래 패턴 중 하나다. 실제로 실명인증(KYC)을 요구하는 거래소에서 중개지갑 사용 건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범죄자들 역시 AML과 KYC 의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불법 활동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중개 지갑을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하지만 자금세탁 활동의 가장 확실한 징후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믹서를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거래가 공개적으로 기록되는 공간에서 믹서에 지불하는 수수료의 규모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수료가 예기치 않게 급등하는 경우 누군가가 방금 대규모 강도를 저질렀거나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사건 이후 흔적을 감추기 위해 자금세탁을 서두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범죄자들이 새로운 수법을 개발할 때마다 수사기관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 자금세탁과의 전쟁에서 성공 여부는 디지털 범죄자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데 달려 있다. 이는 규제와 정책뿐만 아니라 최첨단 기술과 글로벌 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FATF와 같은 기관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가상자산 분야의 AML/CFT 가이드라인이 전 세계적으로 채택되면서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업체(VASP)는 엄격한 KYC 프로토콜과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VASP가 거래의 출발지와 목적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공유해야 하는 트래블 룰은 불법 활동에 맞서 싸우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어 범죄자들이 발각되지 않고 자금을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규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술은 이 전쟁의 최전선 무기다. 체이널리시스 같은 고급 블록체인 분석 플랫폼은 수사관들이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준의 정밀도로 불법 자금의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실시간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도구는 머신러닝과 AI를 통합하여 의심스러운 패턴을 더 잘 식별하고 항상 다음 허점을 노리는 세탁업자들을 능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범죄자들은 종종 관할권 간의 규제 격차를 악용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사이버 범죄는 글로벌 게임이며 한 국가가 고립된 채로 대응하기에는 그 위험성이 너무 높다. 공동작전 수행, 정보 및 모범사례 공유, 통일된 규제는 세탁업자들이 숨을 곳이 점점 더 줄어들도록 압박을 가할 것이다.

백용기 체이널리시스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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