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안전이 최우선"…레이보다 '1.5배' 더 가는 캐스퍼 일렉트릭 [신차털기]

입력 2024-08-22 08:30  

첫 출시와 동시에 경차 '돌풍'을 일으켰던 캐스퍼가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으로 돌아왔다. 배터리가 탑재되면서 차체가 길어져 경형에서 소형으로 차급을 높였지만 친환경차로 경차 혜택이 유지되면서 경제성도 챙겼다. 무엇보다 경쟁 모델인 경형 전기차 레이와 비교했을 때 전기차로서 가장 중요한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도 늘어났다.

지난 2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출발해 파주의 한 카페까지 왕복 약 30㎞를 달려 캐스퍼 일렉트릭 인스퍼레이션 풀옵션 모델을 시승해봤다. 시승 내내 작지만 성능은 탄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가 탑재되지 않았지만 2열 공간이 내연기관 모델보다 꽤 늘어났다. 페달 오조작 보조 장치를 현대차그룹 최초로 탑재한 것도 포인트. 작은 차를 선호하는 고령 운전자나 초보 운전자, 또는 세컨드카로 근거리 도심 운전 위주로 하는 여성이나 주부 운전자 등을 겨냥한 모델로 특히 안전에 힘썼다는 인상이 역력했다.
안전 또 안전...배터리 관리 능력에 역량 쏟아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합작사에서 만든 배터리 셀을 사용했다. 배터리 소재는 니켈·코발트·망간(NCM)이며 49kWh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1회 충전 시 주행 거리는 315㎞다. 경쟁 모델 레이EV(205㎞)보다 110㎞ 늘어났다.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은 "일반적으로 고객들이 충전을 시작하는 30%대 조건에서는 20여분대에 충전이 완료되는데, 이는 실생활에 크게 불편함이 없는 정도"라며 "기존 소형 전기차 대비 충전 시간이 9분정도 줄어든 수치"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전기차 배터리 화재 원인은 과충전보다는 배터리 셀 불량이 더 크다고 강조하며 이를 방지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의 역량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캐스퍼에는 대략 200여개의 배터리 셀이 적용돼있다. 배터리 셀도 사람과 같아서 한날 한시에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성격이 조금씩 다르듯이 용량도 다르고, 전압도 다르고, 저항도 다른 제조 산포들이 있다"라며 "이런 제조 산포들을, 수백개의 셀이 연결된 것들을 BMS에서 잘 들여다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전압 편차는 문제가 없는지, 절연은 잘 지켜지고 있는지, 전압이나 전류가 이상 거동을 보이지는 않는지, 온도가 높은지 낮은지, 전압이 이상적으로 높거나 낮지는 않은지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배터리 사용 중에, 주행 중이나 충전 중에 배터리 상태가 안전한 영역에 올 수 있도록 (BMS가) 제어를 했다고 한다면 현재는 주차 중에도 주기적으로 배터리가 얼마나 안전한가, 문제는 없는가를 점검하고 있다"며 "문제를 감지를 하면 주행 중에 출력 제한을 할 수도 있고 재시동금지를 할 수도 있고, 충전을 자동으로 종료하는 등 여러가지 액션들을 하고, 고객에게는 알림을 통해서 정비를 유도하거나 긴급출동 안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내공간, 운전 성능...꽉찬 캐스퍼 일렉트릭
배터리 설명 이후 이뤄진 시승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은 작지만 알찬 성능을 보여줬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최고 출력은 84.5kW(약 115마력)이다. 가속 시 전기차 특유의 쭉쭉 뻗는 가속 능력을 여지없이 뽐낸다. 보통 경차는 오르막에서 힘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기차답게 오르막, 내리막은 물론 고속도로 동네 좁은 골목길 등을 지날 때도 일관되고 막힘없는 주행 능력을 보여줬다.

작은 차임에도 안정감 있는 주행 성능도 인상깊다. 시승 날에는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전방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많은 비가 쏟아졌다. 빗물이 고인 길을 뚫고 나가는 일도 다반사였다. 바깥 상황이 어수선하고 불안정했음에도, 차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해 무게 중심이 낮고 휠베이스가 연장된 이점 덕분인지 캐스퍼 일렉트릭 제법 안정감있게 나아갔다. 더욱이 내연기관과 다르게 엔진이 없어 소음이나 진동이 없어 우렁찬 빗소리만 들릴 뿐 실내는 제법 고요했다.

많은 비가 쏟아져 교통 상황이 좋지 않아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때 마다 즉각적으로 잘 잡아줬고, 제한 속도를 넘겨 주행할 때는 빨간색 엠비언트 불빛이 켜지면서 경고를 줬다. 차 안에서 잠깐 다른 생각을 하다 앞 차가 가는 것을 인지 못할 때는 운전자가 인지할 수 있도록 알림도 준다.

회생제동 시 내연기관차 대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점도 좋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에는 스마트 회생 시스템이 탑재돼 전방 교통 흐름이나 운전자 감속 패턴 등으로 회생 제동량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전기차를 타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급격히 감속하는 회생제동 기능 탓에 불편할 때도 있었는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마치 내연기관차를 타고 있는 것 같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실내 공간은 내연기관 캐스퍼보다 더 넓어졌다. 배터리를 탑재하기 위해 내연기관 대비 휠베이스·전장·전폭이 각각180㎜, 230㎜, 15㎜ 늘어나면서 물리적인 실내 공간이 더 늘어났다. 여기에 뒷 좌석 착좌 위치를 80㎜ 뒤로 이동시켜 내연기관 캐스퍼보다 늘어난 무릎 공간을 확보했다. 전기차 전력을 외부로 끌어 쓸 수 있는 기능인 V2L이 실내에도 탑재돼 노트북 등 간단한 전자 기기도 충전할 수 있어 편리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기 때문에 '차박' 수요를 고려해 트렁크 보드 적용으로 뒷 좌석 시트를 접을 때 생길 수 있는 단차를 없애 전좌석이 쫙 펴질 수 있도록 '풀플랫'을 실현했다. 소형 냉장고나, 서핑 보드 등 긴 화물을 수납하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 최초로 탑재된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기술(PMSA)도 눈길이 간다. 전기차 회생제동으로 인한 원 페달 드라이빙 운전시 페달 오조작 위험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적용된 기술이다.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은 상태를 100%로 봤을 때, 도달 시간이 0.25초 이내일 경우 작동된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가격은 세제 혜택 적용시 299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근 확정된 캐스퍼 일렉트릭의 항속형 전기차 국고 보조금은 17인치 휠 기준 520만원으로, 지자체 보조금까지 더할 경우 20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고양=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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