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남한 선수들과 '셀카'를 찍은 북한 선수들이 현재 평양에서 사상 검열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데일리NK는 평양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선수단은 지난 15일 귀국한 이후 평양에서 사상 총화(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세 단계에 걸쳐 총화를 받는데, 이번 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 역시 중앙당, 체육성, 자체 총화 등 세 단계에 걸쳐 사상 총화를 받게 된다. 총화는 선수들이 귀국하는 순간 시작돼 가능한 빠른 시일 내 사상을 '세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한에서는 해외 체류 자체를 비사회주의 문화를 접하는 '오염 노출 행위'로 간주하고, '사상 세척'이라고 표현하는 것.
이번 총화는 중앙당 총화로 당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산하 체육 담당 부서가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중앙당 총화는 출국부터 귀국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분석,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당(黨)의 방침이나 교양 사업과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살피고, 문제 행동을 한 경우에는 처벌도 이뤄진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를 비롯해 외국 선수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받았고, 이를 위반한 사실이 어떤 경로로든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데일리NK의 설명이었다. 이와 더불어 올림픽 성적에 대판 평가도 이뤄지는데, 우수한 성적을 거둔 선수들의 표창 여부가 이 과정에서 결정되고,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은 처벌받을 수 있다. 과거 국제 대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둔 선수들이 1~2개월 무보수 노동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총화가 끝난 후엔 자체적으로 호상(상호) 비판, 자기비판이 집중적으로 진행호상(상호) 비판, 자기비판이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올림픽 참가 기간 중 목격한 다른 선수의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거나 스스로 자기 행동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반성하는 것. 특히 다른 나라 선수와 접촉이 있었을 경우 자기비판 시간에 강하게 잘못을 반성해야 추후 정치·행정적 처벌을 피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한국 선수와 셀카를 찍은 북한 선수들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탁구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임종훈(한국거래소)·신유빈(대한항공)과 함께 수상대에 오른 은메달을 수확한 리정식·김금영 선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담긴 보고서가 당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공식 후원사인 삼성전자는 자사 휴대전화로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이 직접 사진을 찍도록 하는 '빅토리 셀피'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를 통해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연출된 것. 이 모습은 외신에서도 주목받았고, AFP통신의 파리올림픽 10대 뉴스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북한에서는 비판받을 행위로 여겨지고 있다. 보고서에는 "당국이 제1적대국으로 규정한 한국 선수들이 바로 옆에 있는데 '히죽히죽' 웃음 띤 모습을 보였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용 선수의 경우 셀카를 찍을 때 웃어 보였고, 리정식 선수도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웃었다는 지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에 대한 처벌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국이 처벌을 내릴지, 경고나 자기반성 등 비교적 가벼운 비판으로 사안을 마무리 지을지 지켜봐야 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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