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인공지능(AI) 시장 고점론'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급락했던 AI 관련주 주가가 반등하며 관련 논란이 사그라들기 시작한 지 일주일 여 만이다.
2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지난 20일 '반도체 업황의 피크(고점)를 준비하라(preparing for a peak)'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021년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라는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 업황 다운사이클(장기 하락추세)을 예측한 바 있다. 보고서 발간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20% 가까이 하락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고서를 통해 "투자자들은 곧 AI 시장의 호황보다 반도체 업황 사이클의 피크아웃에 대해 더 많이 걱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은 내년까지 호조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실적 증가율이 '업황 피크아웃' 우려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모건스탠리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올 3분기(21%)에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4분기부터 매출 증가율은 18%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기의 매출 증가율(8.3%)도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기업의 클라우드 투자비 증가율도 올 3분기(59%)가 고점일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부터는 투자비 증가율이 8% 수준으로 내려온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AI산업 투자 랠리는 영원하지 않다"며 "결국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업황은 좋을테지만 주가는 결국 실적 증가율을 따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부분 국내 증권사는 "AI 고점론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 D램 반도체 시장이 전년 대비 50%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소 내년 3분기까지 반도체 업황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주가가 통상 업황 고점 약 6개월 전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는 주가가 견조할 것이라는 얘기다.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HBM 생산 비중을 높이면서 범용 D램 반도체는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전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빅테크 기업은 장기 생존이 걸린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AI 시장이 개화하기도 전에 불거진 AI 거품론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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