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명품업계 대부'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쇼핑에 나서고 있다. 실적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AI를 새로운 돌파구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미국 경제 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아르노 회장은 올해 투자 계열사 아글레벤처스를 통해 총 5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모두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로 투자액은 3억달러(약 4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은 프랑스 AI 에이전트 개발사 H(옛 홀리스틱AI)다. 알파벳의 AI자회사 딥마인드 출신 개발자와 스탠퍼드 대학 출신 연구진 4인이 지난해 공동 설립한 기업이다. 지난 5월 2억2000만달러(약 2940억원)의 초기 시드 투자를 받았다. 아르노 회장을 포함해 에릭 슈미트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이 투자자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현재 기업가치는 3억7000만달러(약 5000억원)로 추산된다. 미국 기업용 AI 생성 플랫폼인 '라미니'와 AI 마케팅 솔루션 기업 '프록시마', AI 기반 인적자원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캐나다 스타트업 '보더리스AI', 프랑스 AI 이미지 편집 플랫폼 '포토룸' 등에도 손을 뻗쳤다. AI 기반 사진 서비스 스타트업 미로에도 2017~2019년 네 차례에 걸쳐 투자한 바 있다.
LVMH의 실적은 지난해부터 악화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가 이어지면서 '큰 손'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급감한 영향이다. 올해 2분기 LVMH의 매출(209억8000만유로)은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21%)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크게 둔화했다. 투자 업계도 줄줄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는 등 LVMH의 주가는 6개월 사이 19% 넘게 하락했다.
아르노 회장의 공격적인 AI 투자는 이같은 경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명품 업계는 맞춤형 마케팅, 위조품 감별 등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구찌, 이브 생 로랑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은 트렌드를 예측하고 재고 관리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티파니와 까르띠에로 유명한 리치몬드그룹도 AI 테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LVMH 역시 지난 5월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알리바바 클라우드와 계약을 5년 연장했다. 중화권 실적 부진을 AI 기술로 극복하려는 일환으로 관측된다.
조아라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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