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세대출 보증비율 80% 이하로…가계빚 억제책 총동원

입력 2024-08-22 16:28   수정 2024-08-22 16:36


전세자금대출의 100%까지 보증해줘 무분별한 대출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전세자금대출 보증보험의 보증비율이 80% 이하로 내려간다. 자기 책임이 커지는 은행이 대출심사를 깐깐하게 보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누르는 효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주택금융공사(HF), 주택도시보증기금(HUG), 서울보증보험(SGI) 등 3대 보증기관은 전세대출 보증의 보증비율을 대출금의 70~80%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을 이르면 다음 달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보증비율은 HF가 90%, HUG와 SGI가 100%다.

전세대출 보증은 전세 임차인이 은행에서 전세자금 용도로 대출을 받을 때 보증보험기관이 이 대출의 상환을 보증하는 상품이다. 임차인이 전세사기 등으로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을 대비하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는 다른 제도다.

전세대출 보증은 임차인이 보다 쉽게 전세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순기능이 있다. 은행이 담보도 없이 수억원에 달하는 전세자금대출을 내줄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증비율이 90~100%에 달해 은행은 대출심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임차인도 전세값이 오르는 상황에서도 부담없이 대출을 받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는 전세값 상승기에 전세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전세대출과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져 왔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보증기관들이 보증비율을 내리면 금융회사와 임차인 모두 전세 대출 및 거래에 신중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억제하는 효과도 나타날 전망이다. 갭투자를 하는 주택 구매자는 임대인이며 전세대출 보증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임차인이 전세자금을 확보하는 게 어려워지면 임대인에게도 위험 요소가 된다는 측면에서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전세대출 보증의 비율을 낮추면 과도한 전세보증금이 차주나 국가 경제 차원에서 상당한 위험 요인이라는 것을 알리면서 가계부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증기관들은 그동안 전세대출 보증의 문제로 지적돼 왔던 사안들도 이번 기회에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정부가 보증하는 제도지만 3개 기관 모두 임차인의 소득 기준이 없다. 다른 정책모기지와 다른 부분이다. 또 1주택자도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이 가계부채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서민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한 측면이 있다.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서 빠져 있던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도 은행권에 관리목적으로 산출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사와 대출자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90~100% 보증부 정책대출도 손본다는 계획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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