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회사가 잇따라 후순위채 조달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증권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하락을 막기 위한 조치다. 신용도 하락 부담이 커지자 공모 대신 사모채 시장에서 자투리 후순위채 발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증권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20일 총 180억원어치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금리는 연 7.7%로 결정됐다. SK증권은 NCR을 높이기 위해 후순위채 조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NCR은 증권사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이익이나 자기자본이 늘면 수치가 개선될 수 있다. 자본으로 회계처리하는 후순위채를 찍으면 NCR이 올라간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SK증권 NCR은 255.1%로 집계됐다. 2022년 말 319.3%, 2023년 말 281.1%를 기록하는 등 계속 내림세다. NCR 관리가 시급한 다올투자증권도 지난 13일 후순위채 200억원어치를 찍었다. 금리는 연 8%였다. 이 회사 NCR은 지난해 말 314.9%에서 올 3월 말 280%로 떨어졌다.
공모채가 아니라 사모채 시장을 조달 창구로 택한 것도 특징이다. 대형 증권사가 공모채 시장에서 대규모 후순위채를 조달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중소형 증권사가 사모채 시장을 찾는 것은 휘청이는 신용등급 때문이다. SK증권 신용등급은 올 들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신용등급이 ‘A’인 다올투자증권은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에 따른 부진한 실적이 신용도 발목을 잡았다. SK증권과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2분기 각각 476억원과 284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공모채 수요예측 미매각에 따른 평판 훼손을 피하기 위해 사모 후순위채 조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사모채는 공모채와 달리 기관 대상 수요예측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수요예측 미매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사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NCR을 개선하겠다는 게 중소형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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