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보트' 케네디 주니어, 트럼프 지지 초읽기

입력 2024-08-22 17:34   수정 2024-08-23 02:05


미국 대선이 약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후보 간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무소속 후보가 이르면 이번주 대선 도전을 포기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5%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손잡으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박빙 판세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밑 정치적 거래 오고 가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을 탈당한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조만간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한 뒤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날 CNN 인터뷰에서 ‘만약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장관으로 임명하는 것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케네디 주니어 캠프와 트럼프 캠프는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논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가 논의의 관건이었다. 지난달 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해 돌풍을 일으키자 트럼프 캠프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밀워키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난 뒤 비공개 논의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23일 애리조나주 유세에서 향후 계획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가 애리조나에서 있기 때문에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대선 경쟁 중도 하차를 선언한 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에 합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조카이자 로버트 F 케네디 전 상원의원의 아들인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 나서려다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했다. 종전 10~15%에 달하던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율은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면서 5%대까지 떨어졌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에게도 차기 정부 입각을 조건으로 후보 사퇴 의견을 내비쳤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 판도 흔들릴 수도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공식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 향후 대선 판도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는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사퇴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득표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9∼13일 WP와 ABC방송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율은 5%로 집계됐다. 해리스 부통령(47%)과 트럼프 전 대통령(44%)의 박빙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지지 선언은 접전이 예상되는 경합주의 승패를 가를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날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사퇴 가능성이 나온 직후 각종 이벤트에 베팅하는 사이트인 폴리마켓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이 52%로 해리스 부통령(47%)을 5%포인트 앞섰다. 15일만 해도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될 확률이 54%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케네디 주니어 후보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지만 민주당·공화당 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의 움직임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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