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22일 회사 수원사업장 디지터연구소(R4)에서 열린 'AI 스크린 미디어 브리핑' 도중 AI TV가 제공하는 '3D 맵 뷰' 기능을 설명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집 구조와 동일한 3D 화면이 나타나면 공간마다 조명 상태는 어떤지, 기기 전원이 켜져 있지는 않은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방마다 온도와 공기 질도 표시된다. AI TV에 내장된 스마트싱스 허브가 별도 장치 없이도 스마트 기기들을 연결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사장)은 지난 15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AI 홈의 지휘본부"라고 표현했다. 무심코 켜 놓은 빈 방 에어컨이나 조명을 한번에 제어할 수 있는 데다 혼자인 반려동물을 위해 영상도 틀어줄 수 있는 'AI 홈 집사'라는 포인트도 강조했다.
TV가 꺼진 상태에서 '하이 빅스비'라고 부른 뒤 "메모 추가해줘"라고 말하면 AI TV가 어떤 메모를 남길지 묻는다. 예를 들어 "냉장고에 간식 챙겨 먹어라"라고 말하면 이 내용을 메모지에 기록하고 반경 약 3m 안으로 움직임이 감지될 경우 해당 메모가 화면에 표시되는 식이다.
작품명이 생각나지 않는 영화·드라마를 찾고 싶을 땐 억지로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없다. "형사들이 치킨 파는 영화 찾아줘"라고 말하면 '극한직업'을 가장 앞쪽에 배치하고 관련 영화 목록을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첫 번째 영화 틀고 볼륨은 15로 해줘"라고 두 가지 명령을 동시에 말해도 모두 수행한다.
영화·드라마·스포츠 등 영상뿐 아니라 게임도 장르별로 맞춤형 화질을 제공한다. FPS 장르 게임을 하는 사용자는 적과 어두운 곳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상황에도 선명한 화면을 통해 상대방을 먼저 발견할 수 있다. 'AI 오토 게임 모드' 덕이다.
영상 속 배경 소음과 대사를 분리해 어떤 상황이든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도 한다. 영상 배경음이 지나치게 커 화자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 상황에선 대사만 음량을 키워 내용을 명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저시력자,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기능도 갖춰 TV 시청 문턱을 대폭 낮췄다. 저시력자가 TV를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윤곽선을 뚜렷하게 표시하고 청각장애인들의 경우 수어 화면을 크게 키워 볼 수 있게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AI TV에 실시간 통역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용 사장은 "커뮤니케이션 툴(도구)로서의 언어 번역 기능도 있겠지만 영화 배우가 외국어로 말하더라도 한국어 텍스트로 보여주는 AI 기능이 추가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실시간 작업 수행을 뒷받침할 온디바이스 AI로 번역 기능을 준비 중이다. 음성을 번역하는 기능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타이젠 OS는 지난해 기준으로 2억7000만대 넘는 삼성 스마트 TV에 탑재돼 있다. 삼성전자의 '삼성 TV 플러스', 게이밍 허브, 스마트싱스 등 여러 서비스와 콘텐츠는 타이젠 OS를 기반으로 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생성형 배경화면(Generative Wallpaper) 기술도 최초 공개했다. 사용자가 당시 감정 등의 조건을 선택하면 AI가 맞춤형 이미지를 TV 화면에 거는 기능이다. 신혼부부가 집들이를 한다면 당시 분위기에 걸맞은 이미지를 TV 배경화면으로 설정하는 식이다.
AI TV는 신혼부부 등 중심으로 많은 수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자체 조사 결과 스마트홈 구축에 가장 관심이 많은 고객들이 신혼부부와 영유아 자녀를 둔 맞벌이 가구"라고 설명했다.
TV와 거리가 멀어 보이는 10대 사용자들도 잠재적 고객군으로 보고 있다.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시간이 늘면서 이들 플랫폼의 영상을 TV 화면으로 보려는 사용행태가 포착되기 때문이다.
용 사장은 "궁극적으로는 일상생활 곳곳에서 여러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다양한 스크린들이 고객의 취향과 맥락을 파악해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함과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과 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퍼스널 AI'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