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금리를 찾아 나선 대출 수요자들의 쏠림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신한은행(2조3588억원) 우리은행(2조1035억원)은 이달 들어서만 주담대 잔액이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주담대 수요가 몰리자 이들 은행은 이달에만 네 차례나 금리를 끌어올렸다.
우리은행은 한 달 새 주담대 금리를 1%포인트 넘게 올리는 ‘초강수’를 택했다. 주담대(아파트 담보대출) 최저 금리(아파트론 5년 주기형 기준)를 지난 1일 연 3.26%에서 오는 26일 연 4.34%로 1.08%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면서다. 우리은행은 이날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재차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올린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들의 금리 인상 행진에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마저 ‘강제 인상’에 들어갔다. 기업은행은 이달 27일부터 주담대와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각각 0.45%포인트, 0.4%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기업은행이 주택 관련 대출 금리를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올린 시중은행을 대신해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겠다는 문의가 늘면서 어쩔 수 없이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고 귀띔했다. 찾아오는 손님을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든 셈이다.
은행들은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은행들은 매년 금융당국에 연간 가계대출 한도를 보고한다. 올해는 ‘전년 대비 4~5% 증가’를 상한선으로 뒀다. 하지만 수도권 부동산 가격 급등에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이 쏟아져 대다수 은행이 대출 한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제때 통제하지 못한 정책 실패가 주택 실수요자의 대출 기회마저 빼앗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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