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 가입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청약통장을 유지해도 주택을 분양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이들이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있어서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48만9863명이다. 지난 6월 2550만6389명과 비교해서 한 달 만에 1만6526명이 줄었다. 전년 대비로는 34만7430명 감소했다. 1순위 가입자의 경우 1668만2779명으로, 6월 대비로는 5만2800명, 전년 대비로는 46만7400명 급감했다.
청약통장 가입자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 3월까지는 잠시 증가세를 보이더니 △3월 2556만8620명 △4월 2556만3570명 △5월 2554만3804명 △6월 2550만6389명 △7월 2548만9863명 등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는 가입자 가점이 상향 평준화하며 당첨 확률이 크게 낮아진 여파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펜타스’ 청약에서는 가점이 84점으로 만점인 청약자가 3명 나타났다. 84점을 받으려면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 △본인 제외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최저 당첨 가점도 주택형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70점 이상이었다.
어렵사리 당첨되더라도 치솟은 분양가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지난달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전용면적 84㎡ 국민평형 분양가가 14억원을 훌쩍 넘는다. 청약에 당첨이 되더라도 자금 조달 걱정부터 해야 하는 것이다. 내달 1일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2단계로 올라가면 주택 자금을 조달하기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는 청약통장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청약저축 소득공제 및 비과세 요건을 무주택 세대주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확대한다. 청약저축 가입자의 연 소득이 7000만원 이하면 저축액(연 300만원 한도)의 40%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청약저축 월 납입 인정액 상향(10만원→25만원)과 미성년자 납입 인정 기간 확대(2년→5년) 등의 조치도 이르면 내달부터 시행한다.
하지만 청약통장 가입자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이 많아 청약통장 없이도 신축 아파트를 계약할 수 있고, 서울 등 수도권은 높은 경쟁률로 청약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분양가도 높아진 탓에 수요자들이 기축 아파트 매매로 돌아서고 있는 만큼 청약통장 무용론은 당분간 확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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