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민족학교인 일본의 교토국제고가 지난 21일 전국고교야구선수권 준결승전에서 승리,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일본 전역에 여러 차례 한국어 교가가 송출됐다. 그러나 일부 '혐한 정서'를 가진 현지 사람들에게 지적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승환 교토국제고 교장은 23일 결승전을 앞두고 출연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저희가 2021년 4강 올라갔을 때는 아주 혐한이 심했다"고 설명했다.
교토국제고는 중학생 22명, 고등학생 138명 등 전교생이 총 16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다. 당초 민족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지만 지금은 60%가 일본인이다. 학생 수 감소로 학교를 살리기 위해 1999년 야구부를 창단했는데, 야구부를 하기 위해 이 학교를 지원하는 일본 학생들이 많아졌다.
야구부 학생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일본인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도 제창 당시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어 교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교토국제고에선 한국어와 한국 역사, 한국 무용, 태권도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선수들도 일반 교과 시간에는 전부 교실에서 공부하고 있어 일본인 학생들도 한국어 교가를 능숙하게 부를 수 있다.
백 교장은 해당 인터뷰에서 "1999년에 학교를 살리기 위해 그 당시 이사진과 동포들이 모여서 어떤 방법으로 학교를 살릴까 의논하다가 야구부를 창단하고 야구부 성적을 높여 학생 수를 늘리기로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처음에는 야구 성적이 형편없어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지만, 2010년 이후에는 성적이 향상되고 많은 승리를 거두면서 본교에 지원하고자 하는 중학생들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야구부가 전국에 4,000개나 되는 일본에선 고시엔 본선에 진출해 그라운드를 밟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수십 년 동안 고시엔의 문을 두드려 온 야구 강호 고교가 즐비한 가운데 교토국제고는 고시엔 본선에 총 세 번이나 진출했다.
대회에선 매 경기 승리 학교의 교가가 연주되는데, 공영방송 NHK를 통해 생중계돼 과거에도 일본 전역에 여러 차례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올해 대회에선 다섯 번이나 교가를 불렀다. 그러나 혐한 정서의 영향으로 비판받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한국어 교가를 듣고 싶지 않다" 등의 부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백 교장은 "3년 전 4강 진출 땐 혐한 분위기가 심했지만, 이후 일본 사회에서도 '학생들의 스포츠인데 이걸 정치적으로 보거나 이념화시키면 안 된다'는 자정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도 (혐한 발언이) 없지는 않았다. 다섯 건 정도 혐오 발언(헤이트 스피치)하는 전화가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서 양호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반면 재일 동포들은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질 때마다 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백 교장은 이번에도 전국 각지에서 1,000명에 달하는 재일 동포 응원단이 왔다며 "현장에서 동포들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많다. 경기 끝나고 돌아올 때 감동하였다는 문자,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한편, 교토국제고는 1947년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이마구마노에 재일 한국인 자녀를 위한 교토조선중학교로 처음 세워졌다. 1958년 교토한국중학교로 이름을 바꾼 뒤 1965년 고등학교를 증설해 교토한국중·고등학교(1965년)로 바뀌었다. 2004년부터는 국제학교인 교토국제중·고등학교가 됐다. 현재는 일본과 한국에서 모두 학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정규 학교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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