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장원영이 착용한 렌즈가 뭔지 너무 궁금했어요. 직접 구매할 수 있어서 기뻐요.”, “내 눈동자 색은 파란색인데 한국 아이돌 무대 메이크업이 너무 예뻐서 처음으로 갈색 렌즈를 구매해봤어요. 순식간에 눈동자 색이 바뀌니 너무 매력적인 거 같아요.”
최근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국 컬러렌즈 제품을 착용한 미국 소비자들이 내놓은 반응이다. 한류 열풍에 ‘K컬러렌즈’까지 미국 시장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가 가장 큰 국가로 꼽힌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아이돌과 한국식 메이크업을 좋게 보는 젊은 층이 늘어나며 눈동자 색을 바꿔주는 뷰티 제품에 대한 관심이 자연히 늘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인기에 힘입어 미국에서 한국 중소형 뷰티 브랜드 제품이 잘 나가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수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은 화장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늘어났다. 이 기간 1위 수출국은 미국으로 나타났다.
인기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을 모델로 앞세운 컬러렌즈 브랜드 하파크라스틴은 최근 미국 시장에서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패션 뷰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기업 피피비스튜디오스이 전개하는 하파크라스틴이 현지에 진출하기 전 ‘역직구’로 끌어올린 미국 매출은 2021년 이후 1000만달러(약 132억3000만원) 이상이며, 특히 지난해 40.3% 늘었다.
피피비스튜디오스는 지난 3월 미국 LA 대표 패션 거리로 불리는 멜로즈 애비뉴에 플래그십 스토어(하파크라스틴 북미점)를 열고 본격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 나섰다. 현지 젊은 고객과 인플루언서 등의 방문 및 바이럴로 입소문이 나며 미국 내 컬러렌즈 수요를 잡아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에 따르면 현지에 단독 매장을 낸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올 상반기 미국 시장 누적 매출은 130만달러(약 17억2016만원)를 달성했다.
하파크라스틴 북미점 오픈 초기 700명 이상의 뷰티 인플루언서가 자발적으로 방문해 브랜드를 체험하고 구매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후 회사는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에 속도를 냈다. 지난 6월 22일(현지시간) ‘그랜드 오프닝 파티’를 진행한 결과, 현지 인플루언서와 모델 등을 비롯해 약 200여명에 달하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고 회사는 전했다. 이어 이달 열린 브랜드 파티에는 셀럽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뷰티 인플루언서 약 400여명이 참여했다.
피피비스튜디오 관계자는 “미국 메이크업 아티스트 및 셀럽들에게 크게 바이럴 되면서 인기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미 최초로 단독 오프라인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브랜드로써 탄탄한 뷰티 브랜딩을 알렸다. 안과의사와의 협업을 통해 전문적인 뷰티, 메디컬 제품으로 제품 품질을 인정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회사는 해외사업에 집중할 계획. 우선 브랜딩의 핵심이 되는 플래그십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는 10월 미국 마이애미 원우드에 400㎡(120평)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을 오픈한다. 이 매장에서는 오는 11월 미국·한국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는 대형 파티가 열린다. 젊은 소비자층 확보를 위해 미국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 니키타 드라군 등과의 협업 제품도 출시한다.
앞으로 회사는 미국 전역에 브랜드 매장 150여개 개점을 목표로 한다. 매장 확대뿐 아니라 전문 메디컬 제품으로써 지역별 안과의사 단체와의 협업도 지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장준호 피피비스튜디오스 대표는 “차별화된 브랜딩과 우수한 제품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렌즈의 성장을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사업 부문은 올해 2분기 중화권 부진에도 미주에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5% 늘었다. 지난해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인수한 코스알엑스 실적이 지난 5월 반영된 영향이다. 이로써 전체 사업 중 미주 및 EMEA(유럽·중동 등) 지역에서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17.6%까지 늘어나는 효과를 봤다.
미국에서는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기초케어 제품이 잘 나갔다. 코스알엑스 ‘스네일 뮤신 에센스’는 아마존에서 판매 1위를 지켜냈다. 라네즈는 세포라에서 ‘크림 스킨’ 등 스킨케어 매출이 늘었다. 자사 브랜드 이니스프리도 자외선 차단 제품이 판매 호조를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LG생활건강도 중국 시장 부진 속 북미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봤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전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쪼그라들었지만, 영업이익은 1.9% 증가한 3096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국내를 비롯한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의 디지털 역량 강화 활동이 성과로 연계되고 있다”며 “특히 북미 사업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가시화되는 것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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