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질환' 인식 깨고…코로나 여름 유행 이유

입력 2024-08-23 17:09   수정 2024-08-24 00:26

올여름 각종 호흡기 감염병이 ‘겨울철 질환’이란 인식을 깨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은 세계적 추세다. 미국에선 지난 10일 기준 생활 하수 속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RNA) 검출량이 올해 1월 13일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내 220개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는 환자도 8월 셋째주(11~17일) 기준 1464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독감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2022년 9월 발령한 독감 유행주의보를 22개월 만에 해제한 게 지난달 12일이다. 그러나 이후에도 독감 의심환자는 유행 기준인 외래환자 1000명당 6.5명을 넘어서며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 셋째주 국내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환자는 10.2명이다.

여름철 코로나19 유행을 두고 국내외 전문가가 다양한 원인을 제시하고 있다. 공통된 것은 ‘지나치게 무덥고 습한 날씨’다. 겨울과 달리 여름엔 야외 활동이 늘어 사람 간 거리가 멀어지는 게 상식이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많이 해 실내 공기에 머무르던 환자의 비말 등이 밖으로 나가면 실내 감염원 농도도 자연히 떨어진다.

극심한 더위는 이런 상식을 깨버렸다. 에어컨 바람 덕에 시원하고 밀폐된 실내로 사람이 모이면서 건조한 난방시설이 있는 곳으로 모여드는 겨울과 같은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여름철 사람이 대거 밀집하는 행사가 흔한 데다 휴가철을 맞아 인구 이동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한 계절성을 띠는 수준까지 인류와 친해지지 않았다는 분석도 많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은 인류 곁에서 유행한 기간이 길다. 겨울에 유행한 뒤 면역을 보유한 사람들이 여름에 감염 없이 넘어가는 패턴이 굳어졌다.

반면 코로나19는 인류와의 공생이 익숙하지 않은 ‘도깨비’ 같은 감염병이다. 유행 패턴이 생기지 않아 들쑥날쑥하다는 것이다. 질병청은 지난겨울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심하지 않았던 것을 올여름 유행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코로나19에 대한 관심이 낮아져 백신 접종률이 떨어진 데다 신규 변이가 유행하는 것도 여름철 확산에 큰 영향을 줬다. 국내 65세 이상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41.3%다. 독감 백신(82.5%)보다 낮다. 신규 변이인 ‘KP.3’ 점유율은 56.3%까지 높아졌다. 직전 유행 변이인 ‘KP.2’를 포함하면 67.6%에 이른다.

이들 변이는 모두 오미크론과 스파이크 단백질 부분이 30군데 이상 다른 JN.1 계열로 분류된다. 해외에선 오미크론 하위변이로 분류되는 JN.1 계열에 다른 이름을 붙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성격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JN.1 변이에 효과적인 신규 백신 접종은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백신으로만 광범위한 면역력을 만드는 데엔 한계가 있다.

질병청은 올해 10월 JN.1 변이 대응 백신을 도입해 고령층 등 고위험군 접종 용도로 활용할 방침이다. JN.1 변이 대응 백신을 맞으면 기존 백신보다 KP.2 KP.3 변이 예방 효과가 다섯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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