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에어매트 원조 국가라면 독일은 대중화에 앞장선 나라다. 옛 서독은 1961년 베를린 장벽을 건설하면서 장벽 주변에 에어매트를 깔았다. 베를린 장벽을 넘어 자국 땅으로 떨어지는 옛 동독인들을 살리기 위해서다.
에어매트가 인명을 제대로 구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사람이 떨어지며 가하는 충격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평평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최소 40~50㎡ 크기의 평평한 공간이 없으면 에어매트는 무용지물이다. 공간을 확보해 에어매트를 깔아도 10층 이상 높이에서 떨어지면 완충 효과가 거의 없다. 게다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에어매트(7.5×4.5m) 크기는 고층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어제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부천 호텔 화재는 에어매트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평평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호텔 앞에 설치된 에어매트는 7층 객실에서 먼저 떨어진 여성을 안전하게 받아주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그 여성은 에어매트 가장자리 쪽으로 떨어졌고 그 반동으로 에어매트가 뒤집혀 사망했다. 불과 2~3초 뒤 뛰어내린 남성도 큰 충격과 함께 맨바닥으로 떨어졌다. 에어매트만 문제가 아니었다. 불이 난 객실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고 피난 사다리도 없었다.
곳곳이 취약하다 보니 대형 화재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말 서울 방학동 23층 아파트에 불이 난 데 이어 올초 경기 군포 15층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최근엔 화성 아리셀 공장과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있었다. 연이은 대형 화재에 안전용품 판매량은 매번 사상 최대다. 그러나 에어매트 사례에서 보듯 안전 장비는 완벽할 수 없다. 사망을 막는 최후의 보루일 뿐 최우선 안전 대책은 사전 예방이다.
정인설 논설위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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