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달 금리인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전 세계적인 통화정책 전환(피벗) 기조가 뚜렷해졌다. 유럽, 영국, 캐나다, 중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이미 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가장 주목을 받았던 미국이 본격 피벗대열 합류를 선언하면서 이달 초 증시 급락을 겪었던 시장은 안정감을 되찾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지난 23일 미국 잭슨홀에서 열린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이제는 정책을 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데이터 양상에 따라 금리인하의 시기와 규모도 조절할 수 있다며 ‘빅컷’ 가능성도 열어놨다.
잭슨홀 심포지엄에 참여한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추가 금리인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달 초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춰 연 5.0%로 조정한 앤드류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는 잭슨홀 연설에서 "지속적으로 인플레 위험이 줄고 있다"며 피벗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핀란드의 올리 렌, 라트비아의 마틴스 카작스(Kazaks), 크로아티아의 보리스 뷰이치크(Vujcic), 포르투갈의 마리오 센테노 등 각국 금융통화위원들은 내달 중 금리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에 밝혔다. 센테노 위원은 “현재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데이터를 고려할 때 추가 금리 인하 결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시장은 환호했다. 파월의 기조연설이 전해진 후 전 세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S&P500지수는 1.15%,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0.40%, 영국 FTSE100 지수는 0.48% 각각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85~3.87% 수준에서 연 3.79~3.80% 수준으로 급락(채권가격 상승)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진 직후에는 금리선물 가격에 반영된 ‘빅컷(0.50%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36.5%까지 올랐으나 이후 24.0% 수준으로 내려갔다. 파월 의장으로서는 빅컷을 약속하지 않으면서도 시장이 안정시키는 데 성공한 셈이다. 이달 초 증시 급락으로 인한 침체 공포도 옅어졌다. 잭슨홀에서 만난 여러 학자들은 대부분 침체를 선언할 때는 아니라는 파월 의장의 판단에 동의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번 달 부동산 가격 안정화 등 금융안정을 위해 동결을 결정했다. 이와 관련해 신성환 금융통화위원은 잭슨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꼭 보조를 맞출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잭슨홀=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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