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만세" 외친 北 수재민 잡혀갔다…왜?

입력 2024-08-25 10:11   수정 2024-08-25 10:14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북한에서 러시아의 지원 물자를 받은 한 수재민이 "푸틴 만세"를 외쳤다가 국가보위부에 끌려가는 사건이 있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23일(현지시각) 전했다.

RFA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는 수해를 입은 북한에 식량, 설탕, 버터, 식용유 등 지원 물자를 보냈다. 물자들은 북한 라선시 두만강역을 통해 들어왔고, 북한 당국은 이를 수해 지역에 공급했다.

평안북도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의주군 수재민들에게는 한 달 분 가족 식량으로 쌀과 밀가루(4인 가족 기준 약 50~60㎏)가 공급됐다. 쌀과 밀가루를 제외한 일부 물자는 '8.15'에 맞춰 특별 공급 형식으로 전달됐다.

소식통은 "'8.15명절 물자'로 수재민 한 세대당 콩기름 1㎏과 버터 200g씩을 공급했는데, 특별공급 물자 역시 러시아에서 들어왔다는 말이 간부들을 통해 주민들 속으로 퍼졌다"고 전했다.


버터는 북한에서 부유층이 아니면 평생 접하기 어려울 만큼, 진귀한 식자재라고 한다. 이 때문에 소식통은 "물자를 공급받은 한 40대 여성 수해민이 임시 숙소 천막 안에서 '푸틴 만세다'라고 말한 게 적발돼 의주군 보위부로 끌려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타국의 지원 물자가 공급되자, 보위부가 주민 동향 단속에 나섰다는 것이다. 당초 북한이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겠다는 '자력 복구'를 천명해왔던 만큼, 러시아로부터 물자를 지원받고 있다는 사실이 내부에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소식통은 "끌려간 여성이 보위부에서 비판서를 쓰고 하루 만에 나왔지만, 수해민들은 당국이 임시 숙소 안에 주민들을 감시하는 스파이를 심어 놨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안북도의 다른 소식통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보던 버터를 자녀들에게 먹일 수 있게 된 게 최고 존엄의 사랑이 아니라 러시아 덕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지난달 31일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폭우로 압록강 하류의 신의주시와 의주군에서 4100여가구 등이 침수됐다는 수해 피해 사실을 알렸다. 우리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인도적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은 이를 모두 거절했다. 이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 현장을 찾았고, 아이들을 무릎에 앉히거나 끌어안으며 '애민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원 의사에는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보도했다. 이 역시 '자력 복구'를 천명한 것이었지만, 러시아의 지원을 이미 대량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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