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사업, 금융업 아닌 서비스업" 어피니티의 SK렌터카 환골탈태 전략[PEF 밸류업 사례탐구]

입력 2024-08-27 11:33   수정 2024-08-29 16:53

이 기사는 08월 27일 11: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렌터카 사업은 '모빌리티 사업의 탈을 쓴 금융업'으로 불린다. 자동차는 매개체일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자금을 운용(신차 렌트)해 회수(중고차 매각)하는 구조가 금융업과 비슷한 점이 많다. 최근 SK렌터카 인수를 마무리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생각은 다르다. 어피니티가 규정하는 렌터카 사업에서 금융은 한 부분일 뿐 방점은 자동차에 찍혀 있다. 한 대의 자동차가 신차로 세상에 나와 폐차하기까지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모든 서비스를 책임지는 게 어피니티가 구상하는 렌터카 사업의 본질이다.
아이폰처럼 자동차 바꾸는 시대 온다
어피니티와 렌터카 사업의 첫 인연은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피니티는 2014년 매물로 나온 렌터카업계 1위 업체 KT렌탈(현 롯데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어피니티 한국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민병철 대표가 당시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다.

KT렌탈을 놓쳤지만 렌터카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본 민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업계 2위 업체 SK렌터카를 공략했다. 시장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어피니티는 이번 인수가 성사되기 전까지 세 차례나 SK그룹을 찾아가 SK렌터카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각 계획이 없다며 거절을 당하기도 했고, 협상 과정에서 무산된 적도 있지만 계속해서 문을 두드렸다. 결국 어피니티는 10년 간의 삼고초려 끝에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품었다.

어피니티가 렌터카 사업에 꽂힌 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어피니티는 한국에서 자동차에 대한 인식과 구매 방식이 변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과거 자동차는 주택과 비슷한 개념으로 인식됐다. 한 가정의 주요 자산이었던 자동차는 한 번 사면 폐차할 때까지 타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인식은 자동차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젠 소비자들에게 자동차는 주택보다는 스마트폰에 가까운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기기가 멀쩡하더라도 최신 스마트폰이 나오면 바꾸듯이 자동차도 교체가 익숙해졌다. 후진적이었던 중고차 시장이 점차 선진화된 것도 자동차를 교체하는 부담을 줄여줬다. 교체가 익숙해질수록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던 소유의 개념은 옅어지고 있다. 어피니티가 국내 렌터카 시장 자체가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한 배경이다.
렌터카 사업의 확장성 주목
어피니티는 렌터카 사업의 확장성도 눈여겨봤다. 기존 렌트카 회사의 사업 모델은 차를 빌려준 대가로 이용료를 받고, 반납한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파는 게 사실상 전부였다. 어피니티는 그 과정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내재화해 운영한다면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봤다. SK렌터카 밸류업 전략의 초점도 여기에 맞추기로 했다.

예를 들어 소비자들에게 빌려준 자동차를 수리해주는 에프터서비스 사업, 소비자의 차량 운행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데이터 사업, 소비자가 반납한 차량을 다시 빌려주는 중고차 렌탈 사업 등이 기존 단순 렌트 사업에서 파생되는 사업이다.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도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6개월~1년마다 원하는 신차로 차를 바꿔주거나, 주말엔 쓰지 않는 법인차를 공유차로 운영해 고객에서 수익을 낼 기회를 줄 수도 있다.

어피니티는 이런 밸류업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볼트온(유사기업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중소 렌트카 업체를 인수해 몸집을 키우기보다는 밸류체인을 강화할 수 있는 기업들을 눈여겨보고 있다. 예를 들어 에프터서비스 전문 기업이나 중고차 거래 플랫폼 등을 SK렌터카가 인수해 자동차 생애주기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어피니티 체제에서 장점 극대화
일각에선 SK렌터카가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일어나게 될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SK그룹의 후광이 사라지면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조달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조달 비용이 오르는 건 SK렌터카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SK그룹의 캡티브 물량이 이탈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어피니티는 이런 시장의 우려를 개의치 않는다. SK그룹에서 떨어져 나오면 SK렌터카의 단기적인 신용등급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밸류업 전략으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장기적으로 신용등급 회복을 넘어 등급을 끌어올려 조달금리를 낮추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캡티브 물량의 비중도 크지 않은 상황이고, SK렌터카가 경쟁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가치보다 크다면 'SK 간판'과 상관없이 고객들이 SK렌터카를 선택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어피니티는 무엇보다 대기업 그룹사 내에서의 SK렌터카도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지만 그룹사에서 나와 어피니티 체제에서 얻게 될 장점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그룹사라는 이유로 계열사에게 맡기던 업무를 보다 합리적인 경영 판단을 통해 다른 곳에 맡기면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 관료제 조직에서 추진하기 어려웠던 신사업도 과감하게 추진할 수 있다.

민 대표는 "렌터카 사업을 단순 금융업에서 자동차 생애주기 관리 사업으로 전환하는 게 어피니티가 앞으로 추진할 SK렌터카 밸류업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어피니티는 1998년 설립된 PEF 운용사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에서 약 140억달러(약 18조60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국내 주요 포트폴리오로는 서브원과 락앤락, 버거킹 등이 있다. 어피니티의 오비맥주 투자는 국내 바이아웃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낸 투자로 회자된다. 2009년 AB인베브로부터 오비맥주를 인수한 뒤 2014년 다시 AB인베브에 매각한 어피니티는 약 5조원에 달하는 수익을 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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